[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내년에는 다를 겁니다. 팬들이 원하는 '터지는 유망주'의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지난해 10월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이강준(22)의 조심스런 자신감 표출. 하지만 뜻밖에도 유니폼을 갈아입는 처지가 됐다.
각성 전 한현희(30·롯데 자이언츠)의 모습읍 본 걸까. 키움 히어로즈의 선택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키움은 21일 FA로 이적한 한현희의 보상선수로 이강준을 지명했다. 설 연휴가 본격 시작되기도 전, 명단을 넘겨받자마자 신속한 선택이 이뤄졌다.
한현희의 FA 등급은 A. 보호할 수 있는 선수는 20명 뿐이다. 롯데는 오는 5월 상무 입대를 앞둔 이강준을 보호선수 20인에서 제외했고, 키움은 망설이지 않았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팀 전반적인 구성이 된 상태에서 미래까지 잡을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프로에선 보여준 게 없는 선수다. 1군 통산 성적이 총 32경기 23⅔이닝, 1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9.51에 불과하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뜨거운 주목을 받는다. 입단 3년만에 벌써 3번째 팀이다. 그만큼 재능과 자질을 인정받고 있다.
KT 위즈 때는 2차 3라운드 신인인 이강준을 이강철 감독이 따로 불러 직접 지도했다. 롯데로 이적할 때는 적지 않은 1군 경험을 가진 포수 김준태와 중견 오윤석과의 2대1 트레이드였다. 그나마도 KT가 우승을 노리는 '윈나우' 행보가 아니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거란 평가를 받았다.
롯데 영입 당시 래리 서튼 감독은 이강준에게 필승조 역할을 기대했다. 최준용의 선발 전환을 노크한 것도 이강준과 최 건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이번엔 입대를 앞둔 선수를, 신예 육성 능력을 인정받는 키움이 택했다. 고 단장은 "명단 보고 1시간도 채 고민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초창기 한현희 못지않은 고속 사이드암이다. 설악고 시절 청소년대표팀도 다녀왔다. 한현희처럼 전국구 톱을 논하던 선수는 아니지만, 고교 시절에도 적지 않게 주목받았다. 최고 154㎞의 빠른볼을 던지는데, 모두 투심이다. '홀드왕' 정우영(LG 트윈스)의 유망주 버전인 셈.
실전 마운드의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다. 이강준 스스로도 "개막할 때는 자신감이 넘쳤는데, 한번 고꾸라지고 나서 헤어나오질 못했다"며 표현했다.
지난 겨울 달리기 양을 늘리고 집중력을 가다듬었다. 제구는 팔이나 손이 아니라 몸으로 한다는 말을 체감해가던 시점.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상무에도 합격했다.
롯데로서도 아쉬움이 남는 보상선수다. 롯데는 지난 16일 입대한 추재현을 빛처럼 빠르게 군입대로 공시했다. 이강준은 5월 입대라 보상선수 지명을 피하지 못했다.
한현희는 입단 1년차 때 이미 43경기(선발 4)에 등판하며 3승4패 7홀드로 가능성을 보여줬고, 2013년 27홀드 2014년 31홀드로 2년 연속 홀드왕을 차지한 투수다. 이강준이 어리다 한들 동 나이 대비 커리어는 넘사벽이다.
하지만 상무를 다녀와도 이강준의 나이는 24세에 불과하다. '대기만성'이라기에도 이른 나이다. 키움의 선택은 훗날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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