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자업자득.
고양 캐롯 슈터 전성현의 기록 행진이 끝났다. 조용히 이어져왔지만, 따져보면 엄청났던 기록. 그게 조금 찝찝한 분위기 속에서 끝나버렸으니 여러모로 아쉬운 구석이 많다.
전성현은 30일 열린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3점슛을 단 1개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7개의 슛을 시도했지만, 야속하게 림은 공을 외면했다.
전성현의 3점슛 성공 여부가 왜 중요했냐. 그는 직전 경기까지 무려 76경기 연속 3점슛 성공 기록을 이어오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55경기 연속 기록을 성공시키며 종전 조성원의 54경기 기록을 경신했다. 그리고 3점슛을 성공시킬 때마다 새 역사였다. 하지만 77경기 문턱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전성현은 기록을 의식한 듯 경기 막판 3점슛 찬스를 잡기 위해 애썼다. 동료들도 도와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쫓기는 상황에서는 슛 성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를 캐치한 김승기 감독은 경기 막판 작전 타임에서 선수들에게 무리한 슛을 쏘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개인 기록보다 팀 승리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였다. 종료 직전에는 아예 전성현을 벤치로 불러들이기도 했다.
76경기, 다른 선수가 쉽게 깰 수 없을 독보적 기록이다. 하지만 기록 중단을 반길 선수는 없다. 전성현 입장에서 아쉬움이 크게 남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기록 중단이 '대형 사고' 후 곧바로 나왔다는 점이다. 전성현은 지난 27일 수원 KT전에서 자신을 수비하다 공을 가로챈 뒤, 속공에 나서던 정성우를 뒤에서 밀치는 위험한 파울을 저질렀다. 많은 비판을 들어야 했다. 전성현은 따라가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나온 동작이라고 해명했지만, 그 해명이 성난 민심에 불을 더 붙였다. 누가 봐도 뒤에서 밀었다. 고의성이 짙어 보였다. 그런데 자신의 잘못은 없다고 했다. 차라리 잘못을 인정하고 깨끗하게 사과하는 편이 나을 뻔 했다. 팬들도 전성현 역시 최고 슈터이기 이전 사람인데, 수비가 너무 짜증날 정도로 붙으면 참기 힘들다는 걸 다 알고 있다.
그 사건이 있은 후 열리는 첫 경기라 부담이 컸을 것이다. 그게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이 전성현의 3점을 막기 위해 열심히 수비를 했다고는 하지만, 이번 시즌 전성현을 그렇게 막지 않는 팀은 없다. 어떤 수비수가 붙고, 어떤 도움 수비가 와도 이를 뚫어내며 3점슛을 성공시켰던 전성현이다. 결국 본인이 마음의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결과로 봐야할 것 같다. 자업자득의 결과였다.
전성현은 KGC 시절 슛 잘쏘는 미남 선수 정도의 인지도였다. 하지만 캐롯에 오며 최고 연봉자가 됐고, 이전보다 더욱 화려한 외곽 플레이로 화제가 됐다. TV 예능에도 출연하며 리그 MVP급 선수로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잘나가던 순간, 한 번의 실수가 전성현에게는 큰 아픔이 됐다. 착실하던 이미지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MVP 경쟁에서 불리한 요소가 돼버렸다. 여기에 기록까지 깨졌다.
차라리 이번 기록 중단과 함께 더 성숙한 선수가 되는 기회를 삼는 걸로 자기 위안을 했으면 한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아직 농구를 할 날이 많은 전성현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