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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크롭톱 티셔츠에 푸른 야구모자를 눌러쓴 여리여리한 유지민양(16)이 필라테스 기구에서 능숙하게 운동을 시작했다. 이 원장과 지민양의 손발이 척척 맞아들었다. 작년 8월, 필라테스를 배우고 싶어 수소문 끝에 지인 소개로 이곳을 알게 됐다. "숨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손 앞으로 쭈욱~." "무릎 세우고 균형 잡고 롤백, 그렇지!" 우아하고 유연한 몸짓, 단단한 복근에 '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 원장이 "정말 잘하죠? 비장애인과 똑같이 기구 4개 다 써요. 지민이는 투지가 있어요"라며 뿌듯한 미소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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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운동녀' 지민양의 통찰력은 날카로웠다. "우리나라 장애인의 운동이란 극단적인 두 가지인 것같아요. 선수로 패럴림픽에 나가든지, 아니면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하든지." 이어 그녀는 "내가 운동을 한다고 하면 '네가? 운동을?'이라며 놀라요. 초등학교 때 수영을 한다고 했을 때 '휠체어 탄 채로 수영해?'라고 묻는 친구도 있었어요. 어쩌면 당연하죠. 한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으니까"라며 웃었다. 고민 끝에 취재에 응한 이유는 분명했다. "장애인 운동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으니까요. 제가 운동하는 모습을 굳이 보여주고 싶진 않지만 장애, 비장애인 모두 이런 정보를 더 많이 접해야 하니까요"라고 했다. "비장애인들은 운동할 곳을 알아볼 때 많은 정보 속에서 더 잘 맞는 걸 찾지만 장애인들은 없는 정보를 수소문해야 해요. 선택지가 넓어지는 게 제일 중요할 것같아요"라고 덧붙였다. '장애인에겐 휠체어만 들어갈 수 있으면 다 맛집'이라던 어느 장애인의 말이 떠올랐다. 장애인체육 맛집도 다르지 않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디아필라테스처럼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배우는 '어울림' 민간 체육시설이 희망이다. 이 원장은 스물아홉에 '늦깎이' 필라테스 이력을 시작했다. '좋은 운동장'에서 장애인, 시니어 재활체육 연구원으로 일하다 지난해 디아필라테스를 오픈했다. 유튜브 채널 '굴러라구르' 운영자인 2001년생 김지우씨가 그녀의 첫 제자다. "지우가 필라테스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장애인 필라테스 장소 대관을 알아보다 8곳에서 거절 당했다. '내가 차려야겠다' 생각했다."
월 9만5000원의 지원금으로 '1대1 필라테스' 수업은 1.5회 정도 가능하다. 1대1 필라테스의 효능을 맛본 이들은 '장스강'을 예치금으로 소진하고, 수강을 이어간다. 이 원장은 '장스강'을 신청하지 않은 6명에 대해 "정보가 없어서 '장스강'을 신청 못하신 분도 있고, 신청에서 떨어진 분도 있고, 지민이처럼 학교 밖 청소년의 '사각'도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신청에서 떨어졌다 해도 미리 낙담할 필요는 없다. 내년부터 '장스강'을 신청하고도 2~3개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경우 기회가 다음 신청자에게 넘어간다. 16세인 지민양의 경우 보다 촘촘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 중학교 때까지 교육부 '굳센카드' 지원을 받았지만 올해 대안학교 진학 후 학교 밖 청소년이 되면서 교육부 '바우처' 지원이 끊겼다. 문체부의 '장스강'은 만 19~64세 대상이다.
이 원장은 "용산구에서 '장스강' 가맹기관이 저희 포함 단 2곳뿐이라고 들었다"면서 더 많은 민간체육 시설들의 참여를 희망했다. "필라테스는 장비가 비장애-장애인 똑같다. 우리같은 통합센터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전문강사 양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내년 1월 결혼을 앞둔 그녀는 "장애인 회원들이 어렵게 운동할 곳을 찾았는데 내가 그만둘까봐 걱정하더라. 그걸 보며 마음이 급해졌다. 장애, 비장애인을 모두 가르칠 수 있는 강사가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원장은 "장애인들과 필라테스를 할 때 늘 가슴에 새기는 말이 있다"고 했다. "'선생님 막 대해주셔도 돼요. 저희 장애인 약하지 않아요. 할 수 있어요.' 지우를 처음 만났을 때 들었던 말이다. 그래서 모든 동작도, 휠체어 옮겨 타는 것도 스스로 하도록 한다. 장애인은 약하거나 도와줘야 할 존재가 아니다." 장애인체육을 '블루오션'이라 말하는 이 원장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오래 남았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은 많은 것에서 포기가 익숙한 친구들이다. 이들에게 체육이 포기가 아니라 선택하는 삶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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