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2017년 영화 '옥자'를 시작으로 한국에 진출했던 넷플릭스. 그후 6년, 국내 방송, 영화 생태계는 극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넷플릭스가 가져온 변화는 격했고 또 그만큼 확실했다. TV드라마를 시청하던 시절에는 상상하지 못했을, 틀어만 놔도 '파격'이라며 일명 '난리'가 났던 소재들이 줄이어 등장했고, 점점 더 과감해지는 방향성으로 시청자들의 눈도 높아졌다. 여기에 성별을 뛰어넘고 동성애, 성전환 등을 주력으로 다룬 예능 프로그램까지 줄이어 등장하며 지금은 '볼거리'가 넘쳐나는 시대다. 여기에 국내 드라마 최초, 방송가의 최고 성과에 해당한다는 프라임타임 에미상의 주인공까지 한국에서 탄생하는 성과는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이 아니었다면 꿈꾸기 어려웠을 일. 이후 토종 OTT까지도 다양화 전략 속에서 꿈틀하며 K-콘텐츠는 이제 더 이상 국내에서만 즐기는 콘텐츠가 아니게 됐다.
▶소재도 길이도 다양..신종 시리즈의 탄생
넷플릭스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16부작, 24부작으로 정형화됐던 드라마 시장에 변화가 일어났다는 점이다. 국내 TV 매체로만 드라마를 접할 수 있던 시절에는 광고 수익이 절대적이었던 터. '드라마는 무조건 16부작 이상'이라는 공식 속에서 움직여오며 다소 길이감 있는 드라마들을 연속적으로 선보여왔던 업게도 이제는 12부작, 10부작, 심지어는 6부작 드라마도 낯설지 않은 사례가 됐다.
이뿐만 아니라 업계에서의 '국룰'이자 방송사간 합의로 이뤄졌던 '72분' 드라마 공식 역시 깨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72분이 길다고 느껴질 정도로 짧은 드라마들이 대세가 된 시점. 45분, 30분, 더 짧게는 20분 내외의 숏폼, 미드폼 드라마까지 탄생했다는 점은 더 이상 업계가 광고 수익, 제작비 수급에 목을 매지 않게 되었다는 증거다.
여기에 소재 다양성은 말할 것도 없는 수준. '러브라인 없는 드라마'는 이제 예삿일. 여기에 '오징어 게임'과 같은 대규모 생종 서바이벌물이나 '스위트홈'으로 대표되는 국내 크리처물, 좀비물인 '지금 우리 학교는'에 '아일랜드'와 같은 한국형 판타지도 시선을 끌었다. 또한 '시멘틱 에러'와 같이 동성애 커플을 메인에 드러내거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자폐 스펙트럼, '약한 영웅'과 '더 글로리'처럼 학교폭력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등의 과감한 시도들은 TV드라마와 달리 한계성을 벗어났다는 평을 받았다.
▶게이-레즈- 바이, 토종 OTT 살려낸 파격 예능
더 이상의 파격이 파격이 아니게 됐을 때의 반전은 토종 OTT들도 이에 동참하게 된다는 점이다. 티빙의 시즌 인수 전 국내 독보적 OTT플랫폼이었던 웨이브는 예능으로 초강수를 두며 시청자들의 발을 확실히 잡았다. '약한영웅'과 '위기의X' 등 드라마들도 두각을 나타냈지만, 무엇보다도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눈이 웨이브의 수명을 늘였다. 성소수자의 연애를 담았던 '남의 연애'나 '메리퀴어'로 동성, 트렌스젠더 커플의 결혼과 관련한 현실적인 문제를 담아냈던 예능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기 충분했다. 또한 이성애자, 동성애자, 심지어는 양성애자가 함께 출연하는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을 통해서도 방향성을 확실하게 잡았다.
이뿐만 아니라'피의 게임', '버튼 게임' 등 서바이벌 게임의 정체성도 확립했다. 웨이브가 만드는 예능의 색깔을 확실하게 만들어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성과다. 웨이브의 예능을 총괄하는 임창혁 PD는 "희소성이 제1번의 요소"라며 "2번이 사회적 불편한 이야기에 화두를 던지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한 번쯤은 해야 하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기존 콘텐츠와 유사한 것은 피하려고 한다.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 나온다고 해도 기존 콘텐츠와 비슷하면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 연출 방법이나 내용이 비슷하면 피한다"는 남다른 전략을 전했다.
▶에미상까지 수상..K-콘텐츠가 글로벌 스탠다드로
K-콘텐츠가 공개 이후 전세계 시청자들의 순위에 드는 것은 이제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공개일에 맞춰 새로운 콘텐츠를 기다리는 것이 글로벌 시청자들의 일상이 됐기 때문. '오징어 게임'은 2021년 9월 17일 처음 공개된 뒤 2주 만인 10월 2일 넷플릭스가 서비스됐던 190여개국 모든 국가에서 1위(플릭스 패트롤 기준)를 하는 기록을 세워냈고, 공개 28일 만에는 시청 시간이 16억 5000만 시간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장식했다. 그해 해외 유수의 매체들까지도 '오징어 게임'의 가치에 집중하며 1조원을 넘는 성과를 내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해외 시상식을 휩쓴 점에서도 성과는 확실했다. 오일남 역의 오영수가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고, 2월에는 이정재와 정호연이 제28회 미국배우조합상(SAG)에서 남녀주연상의 주인공이 됐다. 제27회 크리틱스초이스어워즈에서도 이정재가 남우주연상을, 또 작품이 아시아 최초로 외국어시리즈상을 수상하는 등 쾌거를 거뒀다. 무엇보다도 뚜렷했던 성과는 에미상이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시리즈였던 '오징어 게임'은 이정재의 남우주연상과 황동혁 감독의 감독상을 포함해 총 6관왕을 기록하며 세계에 K-콘텐츠를 제대로 알린 계기가 됐다.
이 성과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동안 국내에서 이미 높은 수준을 키워왔던 K-드라마와 K-콘텐츠가 글로벌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가 됐기 때문. 그동안 글로벌 시청자들을 쉽사리 만날 기회가 없던 우수한 국내 콘텐츠들이 전세계인들의 시각 속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로 떠올랐고, 국제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떨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오징어 게임'의 후발 주자들 역시 주목을 받는다. 이제는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을 바라보는 콘텐츠들도 줄줄이 탄생을 준비하고 있다.
▶OTT천하 이후 6년..주력 전략은
질과 양을 모두 다 책임진다는 것은 국내외 OTT들의 공통적인 전략이다. 넷플릭스는 올해만 28편의 수준 높은 작품들을 선보이겠다고 선포했다. '경성크리처', '택배기사', '도적'을 포함해 시청자들이 기다려왔던 'D.P.' 시즌2, '스위트홈' 시즌2 등이 공개를 앞뒀다.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VP는 "지속적인 투자와 실험을 통해 오직 넷플릭스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최상의 엔터테인먼트 경험과 구독의 가치를 회원분들께 전달하겠다"고 자신했다.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넷플릭스의 이 같은 전략은 다른 OTT들에도 영향을 줄 예정. 국내 최대를 자신하는 티빙은 '환승연애' 시리즈 등으로 인해 완벽하게 자리잡은 '예능 강자'의 자리를 지키는 동시에 드라마 측면에서도 열일을 더한다. 김태호 PD와의 협업은 물론, 대작 드라마 '방과후 전쟁활동' 등도 선보인다. 티빙 관계자는 "지난해 50여개 이상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개했으며 지난해 10월 전체 오리지널 콘텐츠 시청 UV가 첫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개한 2021년 1월 대비 약 14배 증가했다"며 "티빙만의 오리지널 콘텐츠 성공 방정식을 바탕으로 2023년에도 플랫폼 성장과 경쟁력 확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웨이브는 국내 한정에서 해외로 발판을 더 넓혀나간다. 미주 지역의 플팻폼인 코코아를 인수하며 확장을 꾀하는 바. 임창혁 PD는 "여러 나라에 여러 플랫폼과 공조할 수 있을지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 준비 및 진행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던 디즈니+도 올해만큼은 다르다. 최민식 주연의 '카지노'가 시선몰이에 성공했고, 류승룡, 조인성, 한효주, 그리고 이정하, 고윤정 등이 출격하는 500억원 규모의 대작 드라마 '무빙'의 공개도 올해가 됐다. 대작을 선보이는 동시에 로맨스 드라마까지 선보이며 시청층을 다양화하겠다는 전략을 드러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