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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꼴’ 김정은X김단비, 우승이 간절했던 두 에이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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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김)단비, 네 표정 보면 '딱' 알겠다."

우승이 간절했던 두 사람이 만나 정상에 올랐다. 아산 우리은행의 '베테랑 듀오' 김정은(36)과 김단비(33)의 얘기다.

두 사람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있다. 김정은과 김단비 모두 어린 시절부터 빼어난 재능을 뽐냈다. 김정은은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신세계에 합류했다. 김단비는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WKBL 무대를 밟았다. 둘은 프로 입문과 동시에 '에이스'로 활약했다.

우여곡절이 있었다. 김정은은 우승과 거리가 멀었다. 그의 이름 앞에는 '소녀가장'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과거 팀이 해체되고, 새 간판을 다는 과정을 아픔까지 경험했다. 김단비는 한때 '레알신한'의 막내 에이스로 활약했다. 하지만 신한은행 '영광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김단비는 2011~2012시즌 이후 10년 넘게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우승이 간절했던 김정은과 김단비는 중대 결정을 내렸다. 자유계약(FA) 선수로 이적을 택했다. 김정은은 2017~2018시즌, 김단비는 2022~2023시즌을 앞두고 우리은행의 유니폼을 입었다. 한때 각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에이스,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의 핵심이 우리은행에서 뭉친 것이다.

김정은은 "우리은행으로 이적할 때 힘들었다. 이적을 선택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 많았다. 여러모로 힘들었다. 10년 넘게 뛴 팀을 떠나 새 팀으로 옮기는 게 쉽지 않았다. 우리은행에 와서도 적응하는 데 힘든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부단히 노력했다. 그는 이적 후 첫 시즌 꿈에 그리던 우승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김정은은 든든한 지원군과 손을 잡았다. 김단비였다. 김정은은 "처음에 단비가 이적해왔을 때 '대표팀인가' 싶었다. 둘이 같은 팀에서 뛰는 게 신기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사실 나와 단비는 이적 상황이 다르기는 했다. 단비는 선수로서 가치가 높은 때 팀을 옮겼다. 나는 내리막이었다. 하지만 나도 단비도 오래 뛴 팀을 떠난 상황이었다. 단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경험한 얘기를 해줬다. 단비가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힘든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옆에서 얘기 들어주고, 내가 경험한 얘기도 해줬다. 단비에게 '너 표정 보면 알겠다'고 했다"며 웃었다.

김단비 역시 김정은의 마음 씀씀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정은 언니가 가장 걱정해줬다. FA로 팀을 옮겼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에서 옮겼기에 똑같은 상황이라 가장 많이 챙겨줬다. 멘털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됐다. 정은 언니가 있었기에 녹아들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두 사람은 우리은행에서 우승을 합작했다. 우리은행은 13일 부산 BNK를 꺾고 '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1998년 WKBL 창설 뒤 통산 14번째 우승이다. WKBL 최다 우승 팀이다.

김정은은 "단비가 와서 윈-윈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단비를 받쳐줄 수 있는 선수가 많다. 단비에게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또한, 단비가 수비는 물론이고 다재다능하다. 팀에 도움이 많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단비 덕에 수비 부담이 덜었다. 고맙다. 개인적으로 올 시즌 MVP는 단비다(웃음). 단비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아프지 말라고 한다. 단비에게 챔피언결정전에서 꼭 우승하자고 했다. 기회는 늘 찾아오는 게 아니다. 쉽지 않겠지만 꼭 우승하자고 했다. 다른 선수들과도 우승만 보고 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김단비 역시 "마지막에 웃는 팀이 되고 싶다. 오직 그것만 생각하고 달려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