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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7천㎞ 날아온 '곰탈 쓴 여우'의 여유 "마일리지 많이 쌓였네요"[투산 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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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산(미국 애리조나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대표팀 안방마님 양의지의 미국행은 험난했다.

1월 말 소속팀 두산 베어스의 호주 스프링캠프를 위해 출국했던 양의지는 최근 대표팀 합류를 위해 귀국, 집결지인 인천국제공항에 당도했다. 일본, 괌에서 훈련 중이던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 선수와 함께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양의지는 LA를 거쳐 투산에 도착했다. 이 여정의 총 이동거리를 따지면 장장 2만7000여㎞에 달한다.

16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첫 훈련을 마친 양의지는 "호주는 좀 많이 덥고 좀 운동하기 괜찮았는데, (투산은) 추우니까 좀 더 몸이 좀 웅크러 들고 그런 느낌이 있다"고 첫 훈련 소감을 대신했다. 시차 문제를 두고는 "(시차 적응을 위해) 일부러 잠을 안 자고 왔다. 항상 미국에 올 때 그렇게 하면 적응이 좀 빨리 됐다. 피곤하지만 버티려 했다. 숙소에서 잠을 많이 잤더니 좀 괜찮더라"고 밝혔다. 연이은 장거리 이동을 두고는 "(항공사) 마일리지가 많이 쌓인 것 같다"며 "(4강에 올라 다시 미국에 온다면 그때는)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다"고 특유의 여유 속에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양의지에게 이번 WBC는 마지막 대표팀 안방을 지키는 무대가 될 수 있다. 2019 프리미어12, 도쿄올림픽에서 일본에 막혀 발걸음을 돌렸던 양의지의 '극일' 의지는 선명하다. 양의지는 "(대표팀 합류는) 이제 거의 마지막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두 번이나 일본전에 크게 좀 맞은 기억이 있기 때문에 그걸 좀 마음이 마음에 담아 생각하면서 좀 더 열심히 준비를 잘해야 될 것 같다. 꼭 갚아주고 싶다. 동생들이랑 또 같이 온 (김)현수랑 잘 이끌어가서 좀 좋은 결과가 됐으면 한다"고 다짐했다. 이번 대표팀 투수진이 예년에 비해 약하다는 외부 평가를 두고는 "내가 보기엔 약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젊은 선수들이 마운드에 섰을 때 내가 열심히 (공을) 받아주고, (투수도) 패기 있게 던진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빠른 공을 투수들이 많다. 변화구를 잘 던지는 투수들도 있다. 자기 공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던져야 할 지 알 것이기에 충분히 잘 해주리라 믿는다"고 내다봤다.

최근까지 호주에서 이승엽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양의지는 "감독님이 '편하게 하다 와라. 어린 친구들이랑 같이 가니 잘 챙겨주고 잘 하고 오라'고 말씀해주셨다"고 밝혔다. 소속팀 후배인 곽 빈과 정철원의 투구를 두고는 "(곽)빈이는 생각보다 몸을 잘 만들었다. 시즌 때 스피드가 나오고 있다. (정)철원이 같은 경우엔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이긴 한다. 두 선수 모두 준비는 잘 해왔다"고 밝혔다.

양의지는 "어릴 때부터 야구를 하면서 진짜 (태극마크를) 달고 싶었다. 프로 데뷔 후에도 항상 꿈꿔온 것인데 이렇게 항상 뽑아주시니 저에겐 정말 영광스럽다. 몸 상태를 떠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 (태극마크는 짊어져야 할) 무게라 본다"고 했다.

투산(미국 애리조나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