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산(미국 애리조나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지난해 KBO리그 플레이오프 3차전.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는 이 경기서 임지열에 이어 백투백 홈런을 친 뒤 배트를 그라운드에 내리꽂는 '배트 투척 세리머니'를 했다. 팀이 끌려가던 상황에서 역전 투런포로 분위기가 달아 오른 가운데 이정후가 펼친 세리머니는 결국 키움을 한국시리즈행으로 이끈 원동력이 됐다.
이런 이정후의 세리머니를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이정후는 2017 APBC부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 프리미어12, 2020 도쿄올림픽까지 태극마크를 4번 달았다. 이 중 사회인 선수가 출전한 아시안게임을 제외한 일본전 통산 타율은 2할2푼2리(18타수 4안타)다. KBO리그 데뷔 후 지난시즌까지 통산 타율(3할4푼2리)과 비교하면 차이가 제법 크다. 2017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부터 2020 도쿄올림픽까지 태극마크를 달고 대표팀의 간판 타자 역할을 했지만, 일본전에선 좀처럼 힘을 보여주지 못했다. KBO리그와 다른 환경, 단기전에서 생소한 투수와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어느 정도 작용했지만,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선 자존심이 상할 만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최근 일본전에서 이정후는 그간의 부진을 털어내는 맹활약을 펼쳤다. 도쿄올림픽 준결승 일본전에서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이 경기서 2017 APBC에서 첫 타석에서 3구 삼진 굴욕을 당했던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펄로스)를 상대로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때리며 설욕에 성공하기도 했다.
WBC 본선 1라운드 2차전에서 맞붙는 일본. 이정후를 잔뜩 경계하는 눈치. 그러면서도 이미 이정후 분석에 돌입했다.
일본 스포츠전문매체 스포츠나비는 이강철호 전력을 분석하면서 'KBO리그 2년 연속 수위 타자로 통산 타율 3할4푼2리에 탁월한 배트 컨트롤을 자랑한다. 지난 시즌엔 23홈런을 치며 국내외의 뜨거운 시선을 모으는 스타 플레이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2019 프리미어12 당시 우완 상대 타율이 2할6푼이었던 반면, 좌완 상대 타율은 1할8푼3리로 뚝 떨어졌다. 이정후 역시 도쿄올림픽에서 좌완 상대 1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며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 디앤에이 베이스타스), 마쓰이 유키(라쿠텐 골든이글스), 다카하시 게이지(야쿠르트 스왈로스) 등 150㎞대 직구를 던지는 좌완이 많은 일본이 한국 타자들에 효과적일 것이다. (한국전) 선발은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우완 투수가 예상되나, 두 번째 투수는 좌완 기용이 키포인트'라고 지적했다. 한-일전 중반 승부처에서 이정후의 타석이 돌아오면 일본은 좌완 활용을 통해 돌파구를 만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본은 객관적 전력에서 이강철호보다 우위다.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와 다르빗슈 유,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 라스 눗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뿐만 아니라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마린스) 등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NPB)를 총망라한 역대 최강 전력으로 꼽힌다. 어려운 싸움이 불가피한 이번 한-일전에서 이정후는 김하성(샌디에이고),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과 함께 타선 물꼬를 터줘야 할 타자다.
2006 WBC에서 이정후의 아버지인 이종범(현 LG 트윈스 작전-주루 코치)은 당시 일본이 자랑하던 마무리 투수 후지카와 규지를 상대로 적시타를 때려낸 뒤 두팔을 치켜들며 포효하는 세리머니로 전국민을 흥분케 했다. 당시 8세였던 이정후는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두고 "소름이 돋았다"고 회상한 바 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태극마크를 짊어진 그가 도쿄돔을 침묵케 하는 호쾌한 세리머리를 펼칠 수 있을까.
투산(미국 애리조나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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