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저런 인재가 또 어디 있었을까. LG 트윈스를 보면 감탄할 수밖에 없다. 유망주들이 매년 나오는데 또 성공해서 주축 선수가 된다. 그렇게 선수를 1명, 1명 키우니 주전들의 부상에도 끄떡없는 탄탄한 뎁스가 만들어졌다.
올시즌엔 유독 불펜에서 새 인물들이 나왔다. 바로 유영찬과 박명근이다. 박명근은 애리조나 캠프 때부터 화제를 일으켰다. 염경엽 감독이 고3 때인 지난해에 아시안게임 대표로 추천한 것과 사이드암 투수임에도 퀵모션이 1초 초반이라는 점 등 꾸준히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반면 유영찬은 그다지 이목을 끌지 못했다. 배명고와 건국대를 졸업하고 2020년 2차 5라운드 43순위로 입단한 유영찬은 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었고, 염 감독이 캠프 때부터 필승조로 키울 유망주로 찍었지만 모르는 선수 중 하나였다.
이제 LG 팬들 중 유영찬을 모르는 이는 없을 듯하다. 24경기에 등판해 1승1패4홀드 평균자책점 3.81의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LG의 핵심 불펜 투수로 나서고 있다.
올시즌이 첫 1군임에도 예전부터 던져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등판해서 잘 막고 내려온다. 보통 6회 이후에 등판했던 유영찬은 30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4회에 올랐다.
1-1 동점이 된 4회초 1사 1,3루에서 선발 이민호에 이어 두번째 투수로 오른 것. 역전 위기에 나왔기에 막아야만 했다.
7번 박승욱과의 대결에서 3연속 볼이 나왔고 이때 1루주자 노진혁의 2루 도루로 2,3루가 됐다. 풀카운트까지 끌고갔지만 결국 볼넷. 1사 만루에서 8번 한동희를 만났다. 장타 능력이 있기에 한방 맞으면 경기 흐름이 넘어갈 수 있는 상황.
초구 슬라이더에 헛스윙을 했고, 2구째 다시한번 던진 슬라이더를 한동희가 쳤다. 빗맞힌 타구가 앞쪽으로 굴러왔고 유영찬이 잡아 포수에게 토스했고, 이어 1루로 송구가 이어져 병살이 완성됐다.
이때 유영찬은 양 손으로 머리를 싸매는 독특한 세리머니를 보이기도.
유영찬은 5회초에도 등판해 최고 149㎞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 포크볼을 앞세워 삼자범퇴로 막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마침 5회말 홍창기의 2타점 적시타가 나와 3-1로 앞서며 유영찬에게 승리 투수 기회가 왔고, 경기가 그대로 LG의 승리로 끝나며 유영찬이 데뷔 첫 승을 기록하게 됐다. "운 좋게 팬들이 많이 오셨는데 첫 승을 했다. 이 분위기를 이어서 계속 잘 던지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첫 홀드와 첫 승 중 무엇이 더 좋냐고 하자 첫 승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병살로 막고 머리를 싸맨 세리머니에 대해 묻자 유영찬은 "볼넷 내주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데 볼넷을 내줬고, 그런 상황에서 막아서 다행이다라는 느낌 반, 기쁨 반이었다"라고 당시를 설명했다.
첫 1군. 많은 관중과 응원이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유영찬은 "응원 소리, 박수소리가 커서 긴장도 했었다"면서 "이제 좀 적응이 돼서 좀 즐겨보자는 생각으로 나선다"라고 말했다.
이제 첫 1군이라 입단 4년차지만 신인왕 자격이 있다. 하지만 유영찬은 "우리 팀에 (박)명근이가 잘하고 있으니까 명근이를 응원하고 있다"라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