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다시 한번 대표팀 승선에 실패한 베테랑 스트라이커 주민규가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직관'한 경기에서 원더골을 선보였다.
주민규는 10일 오후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 '하나원큐 K리그1 2023' 18라운드 홈경기에서 바코, 아타루, 엄원상의 연속골로 팀이 3-0으로 앞서가던 후반 25분 팀의 4번째 골을 터뜨렸다.
아크 정면에서 바코의 우측 크로스를 가슴 트래핑으로 잡아둔 주민규는 공이 잔디 위로 떨어지기 전 그대로 오른발을 휘둘러 발리슛을 시도했다. 주민규의 발을 떠난 공은 좌측 크로스바 상단에 맞은 뒤 골문 안으로 향했다.
이 골은 클린스만 감독이 1994년 미국월드컵 조별리그 한국전에서 터뜨린 발리골과 비슷한 장면이다. 주민규가 골을 터뜨린 직후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클린스만 감독과 안드레아스 쾨프케 골키퍼 코치가 활짝 웃는 모습이 포착됐다.
주민규는 지난 6일 수원FC전에 이어 2경기 연속골이자 시즌 10호골(17경기)을 터뜨렸다. 이로써 2021년 이후 3시즌 연속 K리그1 두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2020년~2022년 제주에서 3시즌간 주민규와 호흡을 맞춘 남기일 제주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주민규가 (축구에)눈을 떴다"고 말했다.
울산은 전반, 이기혁이 가벼운 몸놀림을 보인 제주에 다소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전반 점유율은 제주가 52%대48%로 더 높았다. 울산과 제주의 차이를 가른 건 디테일이었다. 제주가 좀체 조현우가 지키는 울산 골문을 열지 못하는 사이, 울산이 전반 31분 선제골을 갈랐다. 바코의 공간패스를 건네받은 엄원상이 박스 안에서 김동준에게 파울을 당해 페널티를 얻었다. 이를 바코가 시즌 7호골로 침착하게 연결했다.
후반은 완벽한 울산 페이스였다. 선제골에 관여한 엄원상은 후반 7분 우측에서 날카로운 돌파에 이어 강한 크로스로 아타루의 헤더 골을 끌어냈다. 지난 수원FC전을 통해 두각을 드러낸 아타루는 이날 K리그 데뷔골을 폭발했다. 제주는 와르르 무너졌다. 1분 뒤인 8분, 엄원상이 뒷공간을 파고드는 영리한 드리블 돌파로 수비벽을 완벽하게 허물었다. 공이 다소 길었지만, 골키퍼 김동준은 전반 페널티 파울 상황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인지 주춤했다. 엄원상은 여유있게 김동준의 방어를 피해 골망을 갈랐다. 3월5일 강원전 이후 석달만에 3호골을 넣은 엄원상은 그간 부진에 대한 설움 때문인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주민규의 골은 이런 흐름 속에서 터져나왔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균형추가 기울자 후반 31분 엄원상 주민규 이명재를 빼고 이청용 마틴 아담, 조현택을 투입하며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후반 교체투입한 유리 조나탄이 상대 실수를 틈타 33분 만회골을 넣었지만, 바코가 후반 추가시간 4분 5번째 골을 넣었다. 울산은 지난해 8월 대구전(4대0) 이후 10개월만에 4골차 승리를 따내며 2연승을 질주했다. 14승2무2패 승점 44점째를 기록하며 2위 포항과 승점차를 14점으로 벌렸다.
반면 지난라운드 포항전에서 1대2 패한 4위 제주(28점)는 2연패 및 3연속 무승으로 상승 흐름이 한풀 M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