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는 올시즌에도 투타 활약이 인상적이다.
아메리칸리그 MVP 후보로 오타니를 빼놓을 수는 없다. 지난해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에게 빼앗긴 MVP 트로피를 2년 만에 탈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저지가 발가락 부상으로 올시즌 두 번째로 IL에 올랐기 때문이다. 저지는 최소 2주 이상 결장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MVP 레이스에서 사실상 탈락했다고 보는 게 옳다.
오타니의 경쟁 상대는 대략 탬파베이 레이스 완더 프랑코, 텍사스 레인저스 마커스 시미엔, 토론토 블루제이스 보 비, 휴스턴 애스트로스 요단 알바레스로 압축된다.
10일(한국시각) 현재 '타자' 오타니는 타율 0.282(245타수 69안타), 17홈런, 44타점, 38득점, 출루율 0.356, 장타율 0.563, OPS 0.919를 마크 중이다. AL 홈런 공동 2위, 타점 공동 7위, 장타율 3위, OPS 4위에 올라 있다.
'투수' 오타니는 13경기에서 76이닝을 던져 5승2패, 평균자책점 3.32, 102탈삼진, WHIP 1.04, 피안타율 0.172를 기록 중이다. AL 평균자책점 15위, 탈삼진 2위, WHIP 10위, 피안타율 1위다.
타자로는 2021년보다는 못해도 작년보다 낫고, 투수로는 작년보다 못해도 2021년보다는 낫다. 종합하면 오타니는 올시즌에도 투타를 합친 활약상이 MVP급이다. 이날 현재 bWAR은 3.3, fWAR은 3.1로 둘 다 AL 2위다. 1위는 프랑코(bWAR 3.7, fWAR 3.1)로 오타니가 격차를 빠르게 좁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그의 만화같은 투타 활약이 투표권을 지닌 BBWAA(전미야구기자협회)에 식상해졌다는 점이 만장일치 MVP에 선정된 2021년과는 다르다.
결국 주요 개인 타이틀 1~2개 정도는 갖고 가야 투표단 표심을 빼앗아 올 수 있다. 현재로서는 타자로는 홈런과 장타율, 투수로는 탈삼진과 피안타율서 타이틀 도전이 가능해 보인다.
그런데 아주 중요한 변수 하나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트레이드다. 같은 AL 팀이라면 몰라도 NL 팀으로 옮길 경우 MVP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리그를 바꾸면 풀타임 시즌 기록이 AL과 NL로 각각 반토막되기 때문이다. MVP는 해당 리그에서 쌓은 성적을 토대로 선정된다.
결국 에인절스가 오타니를 시즌 끝까지 보유하거나, 트레이드를 하더라도 AL 팀으로 해야 MVP 가능성이 유지되는 것이다. 그런데 오타니 트레이드와 관련해 언급되는 팀들 대부분이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뉴욕 메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카고 컵스 등 NL 소속이다. AL 팀으로는 뉴욕 양키스, 시애틀 매리너스, 보스턴 레드삭스 정도다.
디 애슬레틱 켄 로젠탈 기자는 지난 9일 MLB 인사이더 벤 벌랜더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에인절스가 오타니와 계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능성은 0%"라고 했다. 그러면서 트레이드 가능성을 언급했다.
ESPN은 10일 30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을 제시했는데, 에인절스는 15%로 19위다. 올해도 가을야구를 하기 힘들다는 예상이다.
에인절스는 올스타브레이크 시점서 플레이오프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면 오타니를 트레이드할 게 뻔하다. 시즌 끝까지 데리고 있다가 FA 시장에서 다른 팀에 빼앗기면 얻는 것은 내년 드래프트 지명권 한 장 뿐이다.
그러나 트레이드 데드라인(8월 2일) 이전 판다면 다수의 유망주를 확보할 수 있다. 지난해 워싱턴 내셔널스가 후안 소토와 조시 벨을 샌디에이고에 내주면서 3명의 유망주와 메이저리그 주축 멤버 3명을 받았다. 트레이드 역사상 가장 비싼 대가를 치렀다는 평가가 나왔다.
오타니의 가치는 소토보다 높으면 높았지 결코 낮지 않다. 그동안 들인 돈에 비해 성과를 내지 못한 에인절스가 오타니를 팔아 리빌딩 자원을 대거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에인절스가 이런 상식적인 비즈니스를 무시하고 오타니를 고집할 리 만무하다. 더구나 아트 모레노 구단주는 지난해 에인절스 구단을 매각하려 했던 사람이다. 물 건너간 플레이오프를 바라보고 오타니를 데리고 있을 명분과 실익 모두 없다. 결국 트레이드가 답이고, 행선지는 NL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시즌 중 트레이드된 선수가 해당 연도 MVP에 오른 적은 없다. 사이영상 사례는 있다. 1984년 수상자 릭 서트클리프다. 그는 그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15경기 4승5패, 평균자책점 5.15로 부진을 보이다가 6월 시카고 컵스로 트레이드된 뒤 20경기에서 16승1패, 평균자책점 2.69의 맹활약을 펼치며 NL 사이영상을 만장일치 의견으로 받았다. 컵스는 서트클리프 영입으로 NL 동부지구 우승 행보에 큰 탄력을 받았다.
1997년 마크 맥과이어가 MVP와 관련해 흥미로운 사례다. 그해 그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34홈런-81타점, 세인트루이스에서 24홈런-42타점을 때렸다. 양 리그 합계 58홈런, 123타점, OPS 1.039를 올렸다. 특히 58홈런은 1961년 로저 매리스(61개) 이후 단일 시즌 최다 기록이었다. 하지만 그는 NL MVP 투표에서 16위였을 뿐이다.
오타니는 10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 선발등판해 5이닝 3안타 5볼넷 3실점으로 고전했지만, 타자로는 투런홈런을 포함해 4타수 3안타 2타점을 때려냈다. 사이클링 히트에서 3루타가 빠졌다. 오타니가 올해 선발등판한 날 3안타를 때린 것은 4번째이며, 하나가 부족해 사이클링 히트를 놓친 것은 3번째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선발등판한 날 사이클링 히트를 작성한 투수는 없다. 이것만으로도 오타니는 MVP 후보다.
하지만 올여름 NL로 트레이드된다면 1997년 맥과이어처럼 양 리그에서 모두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