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독일)=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독일 베를린에서 진행 중인 발달장애인들의 대축제 '2023년 스페셜올림픽 세계 하계대회'를 현장 취재하면서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보라색 티셔츠를 입은 발룬티어(자원봉사자)의 존재다.
안내소, 경기장, 홍보 부스 등 어딜가나 발룬티어를 만날 수 있다. 한번은 대중교통을 타러 가는 길을 물었는데, 지하철을 타는 곳까지 안내해줘 몸둘 바를 몰랐다. 강용석 통합배구팀 감독은 19일 "뭘 물어볼 수 있는 발룬티어가 많아서 편하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는 190개국 7000여명의 선수가 참가 중인데, 체감상 발룬티어가 선수보다 훨씬 많다. 베를린 시내, 대중교통에서도 쉽게 보라색 티셔츠를 입은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연령대 발룬티어를 만날 수 있을 정도.
이곳에서 발룬티어는 '대회 운영을 돕는 자'가 아닌 '대회를 함께 즐기는 자'로 인식된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비트에 몸을 맡긴다. 스페셜올림픽 발룬티어로 참여하기 위해 도쿄에서 날아온 재일교포 이정숙씨는 "자원봉사자라고 자기를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즐겁게 놀면서 도움을 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말했다.
발룬티어들은 주어진 임무를 마치면 '칼퇴'를 하지 않고 대회장에 남아 관중석에서 경기를 즐긴다. 발달장애인 선수들과 셀카를 찍고, 국기가 새겨진 뱃지를 교환하는 등 추억쌓기에 여념이 없다.
물론, 본 임무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도움이 필요한 발달장애인 선수들 옆에 꼭 붙어서 손과 발이 돼준다. 도쿄에서 취미로 보체를 즐긴다는 이씨는 대한민국의 보체 종목 선수들과 주로 함께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텍사스 출신 퀸 엠봄바씨는 미군인 아버지를 따라 4살부터 중학생까지 수원에 거주했다. 한국을 떠난지 10년 가까이 됐지만, 한국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엠봄바씨 역시 한국 선수단 담당 발룬티어로 배정됐다.
엠봄바씨는 "지금은 대학생이고, 사회복지사를 준비하고 있다. 많은 걸 경험하기 위해 이번 스페셜올림픽에 발룬티어로 참여했고, 작년엔 두바이 2022 엑스코 미국관에서 일했다. 직접 대회에 와보니 스케일이 어마어마하다"며 웃었다. 한국 선수단의 좋은 성과를 응원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씨는 발달장애인 선수들을 도우러 왔다가 도리어 도움을 받아간다고 했다. 이씨는 "15년 전 광물질 과민성으로 심하게 앓았다. 3년 전에 다시 몸이 나빠져서 산골짜기에서 지냈다. 집에서 TV를 보니까 도쿄 올림픽 봉사활동을 한다고 해서 한번 해보자고 하는 마음에 도쿄 패럴림픽에 다녀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힘들었지만, 몸이 좋아지고 스트레스도 줄었다. 내가 도리어 많은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엠봄바씨는 "장애인과 일반인이 다른 점은 없다. 싫은 게 있으면 좋은 게 있다. 사람들이 다 그냥 사람들이다.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은 같다"며 스페셜올림픽이 널리 알려져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베를린(독일)=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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