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이제는 좀 민망할 정도예요."
대기록에도 최 정은 연신 "민망하다"며 멋쩍게 웃었다. SSG 랜더스의 '리빙 레전드'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언제나 한결같이 겸손하다. 어떤 기록이 나와도 어떤 활약을 해도 그의 대답은 항상 똑같다.
최 정은 23일 인천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터뜨렸다. 현재 리그 홈런 단독 선두인 최 정은 통산 3800루타와 통산 최다 연타석 홈런 2위 기록도 세웠다.
통산 3800루타는 앞서 단 3명만 성공했던 대기록이다. 양준혁, 이승엽, 최형우에 이어 최 정이 역대 4번째다. 또 양준혁, 이승엽, 최형우는 만 40세에 달성했지만 최 정은 36세 4개월 4일에 달성하면서 최연소 기록까지 해냈다.
통산 연타석 홈런 기록은 이승엽(28개)에 이어 25개로 최 정이 2위에 등극했다. 3위는 박병호(24개)다.
"통산 기록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그의 답변을 알고 있으면서도 소감을 물었다. 최 정은 "이정도면 저도 해외를 나갔다 왔어야 하는거 아닌가"하며 멋쩍게 웃었다. 이승엽을 비롯해 역대 굵직한 타자들 중 해외 진출했던 사례들이 많았기에 민망하다고 말하는 최 정이다. KBO리그 통산 기록은 해외 진출 경험이 있을 수록 불리(?)하기 때문이다. 최 정은 데뷔 이후 한 팀에서만 뛰었고 해외 진출도 하지 않은 '원클럽맨'이다.
최 정은 "항상 하는 말이지만 어린 나이때부터 출장 기회를 많이 주신 감독님들, 또 데드볼을 많이 맞았는데도 큰 부상이 없었어서 경기에 많이 나갈 수 있어서 이런 기록이 나왔던 것 같다. 다른 기록은 없다. 나는 매년 '두자릿수 홈런'만이 개인 목표다. 그건 정말 기분이 좋다. 그거 외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최 정은 이미 올해 두자릿수 홈런을 넘겼다. '그럼 올해 이제 목표가 없나'라고 묻자 최 정은 "그렇다. 개인 목표는 전혀 없다"며 웃었다.
'빠른' 1987년생인 그는 벌써 18시즌째 주전으로 뛰고 있다. 프로 입단은 19년차다. 하지만 '에이징커브'가 없다. 오히려 최근 몇년 중 올해 성적이 가장 꾸준하고, 가장 빼어나다.
최 정은 '에이징커브'가 없는 비결을 묻자 "처지지 않으려고 한다. 예전에는 몸이 빨리 풀리고 텐션이 빨리 올라왔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그래서 순발력이 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한번 쉬면 한 없이 쉬고 싶기 때문에 너무 쉬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또 97~98kg까지 나갔던 체중도 지난해부터 93kg 정도로 감량해 유지하고 있다.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말하는 최 정이지만, 알고 보면 쉼 없는 노력과 고뇌가 수반된다.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