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3일, 한화 이글스는 우완투수 펠릭스 페냐(33)의 잔류를 발표했다. 계약금 10만달러, 연봉 55만달러, 인센티브 20만달러를 합쳐 총액 85만달러에 재계약했다.
5일 뒤 한화는 우완 버치 스미스(33)를 총액 100만달러에 영입했다고 공식발표했다. KBO리그를 먼저 경험한 페냐보다, 일본에서 주로 중간투수로 던진 스미스가 더 좋은 조건에 계약했다.
스미스를 1선발, 페냐를 2선발로 평가한 셈이다. 스미스는 시범경기에서 연속 호투로 기대를 높였다. 자연스럽게 4월 1일 키움 히어로즈와 개막전에 선발로 나섰다.
지난 해 시즌중에 합류한 페냐는 13경기에서 67⅔이닝을 던졌다. 5승4패, 평균자책점 3.72을 기록했다. 9차례 5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팀 전력이 약하기도 했지만, 대단한 임팩트가 담긴 성적은 아니다.
시즌이 끝나고 한화 구단은 곧바로 재계약을 결정하지 않았다. 리빌딩을 마무리하고 성적을 내야하는 시즌에 더 강력한 투수를 영입하고자 했다. 숙고끝에 스미스를 데려오고, 페냐와 재계약하는 쪽으로 정리를 했다.
강점이 있다고 해도, 페냐는 어디까지나 우선 순위가 아니었다. 더 나은 대안을 찾지 못해 재계약이 이뤄졌다.
두 외국인 투수가 어떤 길을 갔는지 모두가 알고 있다. 개막전에 선발등판한 스미스는 2⅔이닝 2실점하고 부상을 이유로 자진강판했다. 12타자를 상대로 60구를 던지고 팀을 떠났다. 역대 최악의 외국인 투수 중 한명으로 기억될 성적이다.
스미스가 어이없게 전력에서 이탈한 뒤 한화는 한달 넘게 외국인 투수 1명없이 레이스를 이어갔다. 지난 해에 이어 또 최악의 상황을 마주했다.
팀이 바닥으로 내려간 4월, 페냐도 부진했다. 5경기에 나가 1승3패, 평균자책점 5.48. 한 번도 6이닝을 던지지 못했다.
5월 들어 살아나기 시작한 페냐는 KBO리그 최고 투수로 우뚝 섰다. 상대타자가 가장 공략하기 어려운 투수로 거듭났다.
그는 전반기에 부상없이 선발 로테이션에 따라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 17경기에서 7승5패, 평
균자책점 2.83을 기록했다. 98⅔이닝을 소화하면서 삼진 82개를 잡고, 피안타율 2할1푼8리, WHIP(이닝당 출루율) 1.13을 기록했다. 다승 공동 7위, 평균자책점 6위, 투구이닝 8위, 탈삼진 공동 8위, 피안타율 3위, WHIP 6위를 했다.
그런데 5월 이후 성적은 떼어놓고 보면, 다른 그림이 나타난다. 12경기에 등판해 75⅔이닝을 소화하고 6승2패, 평균자책점 2.02, 탈삼진 68개를 기록했다. 12경기 중 퀄리티 스타트가 무려 11번이다. 이 기간 평균자책점 2위, 삼진 공동 4위, 투구이닝 4위다.
페냐는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7월 9일 SSG 랜더스전에서 7이닝 3안타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2언패 중이던 한화는 2위팀을 상대로 7대0 완승을 거뒀다.
한화가 오랫동안 기다렸던 외국인 투수의 모습이다. 지난 겨울 최고의 외국인 투수를 가까운데 두고 먼곳에서 찾았던 셈이다.
팀 동료인 김범수는 페냐가 "마운드에서 투사같다"고 했다.
후반기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간다면 역대 한화 외국인 투수 최다승까지 노려볼만 하다. 2018년
키버스 샘슨이 올린 13승(8패·평균자책점 4.68)이 최다승이다.
전반기 한화의 대반등은 7개월 전 페냐 재계약에서 시작됐다. 후반기 중위권 도약을 노리는 한화에는 건강한 에이스 페나가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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