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모두가 못 봤다.
논란의 오심을 부른 류지혁의 타구. 타자도, 수비도, 벤치도, 심판도 모두 보지 못했다.
1일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삼성-KIA 간 시즌 8차전. 4-0으로 앞선 3회 2사 2루에서 류지혁의 타구가 하늘로 치솟았다. 해질 무렵 노을이 번진 하늘 색은 흰색 공과 구분이 어려웠다.
우익수 나성범이 타구를 잃었다. 제 자리에 우뚝 섰다. 공은 나성범 한참 뒤 펜스 상단에 맞고 튀어올랐다.
타자 류지혁도 자신의 타구를 놓쳤다.
2일 경기에 앞서 류지혁은 "제 타구를 잃어버렸다. 성범이 형이 서길래 플라이볼인가 하면서도 일단 열심히 뛰었다. 2루를 갔는데 3루 강명구 코치님이 팔을 열심히 돌리시더라. 아, 뭔가 잘못됐구나 싶어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고 릴레이 되고 있길래 열심히 홈으로 뛰었다"고 했다.
삼성 박진만 감독도 놓쳤다. "공이 관중을 맞고 (그라운드로) 떨어졌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KKIA 김종국 감독도 마찬가지. "정타로 강하게 맞은 건 알았는데 타구가 날아가는 건 못 봤다. 하늘 색이 안 보이는 시간이었다"며 "홈런 여부에 대한 판독을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심판진도 타구를 놓쳤다. 최초 판정이 홈런으로 나왔던 이유다.
비디오 판독에서도 수정되지 않았다. 중계팀 카메라도 최초에 공을 잡지 못했다. 멈춰선 나성범에 포커스를 맞췄다. KBO 판독용 카메라가 없는 제2구장.
최초 중계 화면이 판독실의 판단 근거가 됐다. 관중이 공을 쳐내는 장면을 위주로 판독을 했다. 홈런이 방해를 받았느냐 여부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최초에 어디에 맞고 튀긴 건지를 파악하지 못했다.
판독이 끝난 뒤 펜스에 맞고 튀어오르는 추가 화면이 중계사에 의해 방송됐다. 아차 했지만 이미 늦었다.
KBO는 하루 뒤인 2일 오후 사과문을 내고 오심을 인정했다.
'타구가 펜스 상단에 맞고 튀어 오른 이전 상황을 확인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판독이 이루어져 오독이 발생했다'며 '이에 KBO는 비디오 판독센터에서 해당 경기를 담당했던 메인 심판에 대해 오늘부터 10경기, 보조심판과 판독센터장에게는 5경기 출장 정지 조치했으며, 구장에서 부정확한 판정과 경기 운영에 미숙함을 보인 해당 경기 심판 팀에 제재금 1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해질 무렵 어둠이 겹치면서 멀리서 다가오는 개가 내 개인지, 나를 공격하는 늑대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시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 불리는 바로 그 시간이다. 공교롭게 애매한 타구가 만들어지며 모두의 착시를 불렀다.
두고두고 아쉬운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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