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프로 무대는 약육강식의 전쟁터다.
학교와 지역 풀이 좁은 한국야구 특성상 선수들이 팀을 떠나 두루 친해보이지만 승부를 성적을 양보할 상황은 아니다. 약한 모습을 보이는 순간, 상대는 그 약한 고리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단단하고 견고해야 하는 이유다.
키움 히어로즈의 미래 장재영(21)도 값진 교훈을 얻었다.
지난달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
키움 히어로즈 선발 장재영에게 1회초부터 힘든 시간이 찾아왔다. 선두 김현준을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2번 김성윤에게 투수 옆 기습번트안타를 허용했다.
밸런스가 살짝 흔들렸다. 3번타자 구자욱(30)에게 볼 3개를 잇달아 던진 뒤 4구째 145㎞ 직구가 손에서 빠지며 다리 쪽을 향했다. 화들짝 놀란 구자욱이 피해봤지만 공은 왼쪽 다리를 강타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한달 공백 후 돌아온 지 한달도 채 안된 시점.
스리볼에서 느닷없이 다리 쪽으로 날아온 공에 예민해질 수 밖에 없었다. 구자욱은 순간 화가 치민 듯 투수 쪽으로 천천히 몇걸음 다가섰다. 주심과 삼성 시절 선배 포수 이지영이 빠르게 막아섰다.
더 큰 불상사는 없었다. 구자욱은 불만 섞인 표정과 혼잣말 속에 천천히 1루로 향했다. 당황한 장재영은 모자를 벗어 사과의 뜻을 표했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작은 해프닝. 하지만 마음 여린 장재영이 흔들렸다.
얼굴이 상기된 그는 강민호 피렐라에게 연속 볼넷으로 선취점을 내줬다. 끝이 아니었다. 강한울 타석 때 보크로 2실점 째. 강한울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다시 만루 위기를 맞은 장재영은 김동진을 삼진 처리했지만, 류지혁에게 볼넷, 김지찬의 헬멧에 맞는 공으로 밀어내기 2점을 더 내준 뒤 2사 만루에서 기어이 헤드샷 퇴장으로 물러났다.
⅔이닝 1안타 4볼넷 2사구 6실점. 팀이 6대10으로 패하며 시즌 3패째(1승)를 안게 됐다. 최악의 하루였다.
3일 포항 KIA전을 앞둔 구자욱에게 당시 상황을 물었다.
"(다쳤던) 예민한 부위라 순간 놀라긴 했는데, 재영 선수한테 좀 미안하지만 어린 선수기도 하고, 저희 팀이 밑에 있다 보니 다른 한편으로는 살짝 흔들려는 마음도 있었어요. 팀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고의가 아니라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죠."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져 있는 동안 팀은 꼴찌로 추락했다. 팀의 주축타자로서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돌아온 뒤부터 구자욱에게 개인은 사라졌다. 오로지 머리 속에 팀 뿐이다. 반등에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한다. 9위 키움과의 일전. 최하위 탈출에 있어 현실적으로 반드시 잡아야 할 팀이었다. 평소 순하디 순한 그가 순간적이나마 도발을 한 이유다.
이후 장재영은 1,2일 잠실 LG전에 잇달아 구원 등판했다.
1이닝 무실점, ⅔이닝 무실점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중. 마음을 추슬러 다시 선발로 복귀할 전망이다.
자비는 없다. 먹고 먹히는 정글 같은 승부의 세계. 약한 모습을 보이면 끝이다. 그것이 바로 프로 무대다. 아픈 기억에서 값진 교훈을 얻어야 한다. 장재영은 대한민국을 대표할 투수로 성장해야 할 선수이기 때문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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