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감독을 잘 만나는 것도 선수에게는 행운.
미국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은 KBO리그 데뷔 후 염경엽 감독이라는 지도자를 만나 무럭무럭 성장했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로 뽑힌 자원이었지만, 공-수 모두에서 잠재력을 갖춘 김하성을 염 감독은 2015 시즌부터 붙박이 주전으로 박아놓고 키웠다. 김하성은 풀타임 첫 시즌 140경기를 뛰며 타율 2할9푼 19홈런 73타점 22도루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거로 성장할 발판을 확실히 마련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 특히 샌디에이고는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가장 유명하고 몸값 비싼 선수들이 여럿인 팀이다. KBO리그를 평정한 김하성이라도 긴장하고, 적응의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또, 실력적인 측면에서도 구속과 구위가 다른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을 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김하성은 영리했다. 자신의 캐릭터를 확실히 잡았다. 수비. 지난 시즌 유격수 골든글러브 후보로 선정되며 미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아쉬운 건 타격. 지난 시즌 홈런 11개를 때려냈지만, 타율이 2할5푼1리에 그쳤다. 출루율 3할2푼5리. 상위 타순, 중심 타순에는 들어갈 수 없는 성적이었다.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여름까지는 타순이 오락가락했다. 주로 하위 타순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샌디에이고 밥 멜빈 감독은 김하성의 특성을 눈여겨봤다. 양대 리그에서 모두 감독상을 수상한 베테랑 감독의 촉이었다. 파워와 컨택트 능력을 고루 갖춘 타격, 그리고 상대 투수를 물고 늘어지는 선구안과 승부욕이 김하성에게는 있었다. 가장 큰 강점은 빠른 발에 공격적인 주루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었다. 파워히터들이 즐비한 샌디에이고에서 어찌보면 리드오프의 적임자가 김하성일 수 있었다.
2할 초중반대 타율을 기록하던 선수에게 1번타순을 맡기는 건 쉽지 않은 일일 수 있었다. 하지만 전반기 막판부터 멜빈 감독은 모험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대적중했다. 김하성은 1번 자리에 들어가면서부터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홈런 개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타율은 2할9푼까지 치고 올라갔었다. 타율 2할8푼 17홈런 49타점 71득점 28도루 출루율 3할7푼 장타율 4할4푼9리. 리그 최정상 리드오프로 변신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20홈런-30도루 기록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김하성이 짧은 기간 안에 엄청난 기술적 발전을 이룬 것일까. 그럴 가능성은 많지 않다. 결국 멘탈이다. 김하성 입장에서는 시합을 나가면서도 늘 불안했을 것이다. 안타를 못치면 다음날 기회가 없을 것 같은 느낌에 쫓기고, 방망이로는 신뢰를 주지 못한다는 압박감에 타석에서 더 위축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1번 타순에 고정 배치되며 심리적인 부분에서 엄청난 안정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프로 세계에서 정말 중요한 요소다. 그렇게 편안하게 방망이를 돌리고, 홈런과 안타가 나오기 시작하면 돈 주고 살 수 없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결국 선수의 잠재력을 알아본 감독과 그 기대에 부응한 선수의 합작품으로 봐야 한다. 감독이 기회를 줬어도, 거기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지 못했다면 언제까지 1번 자리가 보장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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