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1992년 3월 첫 방송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는 거의 30년 동안 최고의 시사 고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있다. 막강한 팬덤이 있을 정도로 '그알'의 아성은 두터웠다. 하지만 최근 이 아성이 단 한 편으로 흔들리고 있다. 바로 지난 19일 방송한 '빌보드와 걸그룹 - 누가 날개를 꺾었나'편으로 인해서 말이다.
이 방송은 '피프티 피프티' 전속계약 분쟁 사태를 둘러싼 진실공방과 K팝 아이돌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파헤칠 것이라고 밝혔다. 초반에는 피프티피프티의 '큐피드'라는 싱글 앨범이 미국에서 소위 '초대박'을 친 것을 조명했다.
소속사 어트랙트의 입장을 전한 방송은 사건의 배후에서 멤버들을 조종하는 이로 지목된 외주제작사 '더기버스'의 대표 겸 프로듀서인 안 씨의 입장도 전했다. 소속사와의 용역계약에 따라 최선을 다해 멤버들을 육성했을 뿐, 멤버들과 소속사의 갈등을 부추긴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어 멤버들의 가족 인터뷰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오해와 비난 속에서 멤버들이 무척 힘든 시간을 겪고 있지만, 이대로 지나치면 후회할 거 같다"는 입장도 전했다.
하지만 팬들은 피프티피프티 멤버들이 독자적으로 상표권 등록을 한 점이나 안 대표의 학력 이력 위조 등의 쟁점이 모두 생략됐다고 반박한다. 게다가 카지노 테이블과 칩 등을 이용해 K팝 산업을 '도박판'에 비유해 업계의 공분까지 샀다.
방송후 시청자 게시판엔 3000개 이상의 항의글이 올라왔고 제작진은 유튜브 채널에서 관련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관련 민원이 폭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도 나섰다. 이들은 22일 "부실한 내용과 편파보도에 대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 공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징계와 시청자 권익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한 SBS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제재 조치를 요구한다"면서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상실하고 현재 분쟁중인 사건의 본질을 왜곡 편파 허위사실을 보도함으로써 국민의 공분여론을 조장했다. 기획사의 자금조달 및 수익분배 과정을 도박판으로 재연해 선량한 제작자들의 기업활동을 폄하하고 종사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결국 '그알'의 폐지 청원까지 나오게 됐다. 지난 2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폐지에 대한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공영방송이면서 편파적이고 조작적인 방송으로 국민들을 기만하고 세뇌시키려고합니다"라는 취지를 밝혔다. 이 청원은 24일 4000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국민동의청원은 청원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해당 안건은 내용에 따라 해당 위원회로 회부되고 청원에 대한 처리가 진행된다.
계속된 논란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알' 측은 24일 오후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SBS는 보도자료를 통해 "방송 과정에서 제작진의 의도와 달리, K팝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분들과 K팝을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몇몇 사안에 대해서는 추가취재를 통한 후속 방송으로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그알'은 각종 사건에서 숨겨져있던 진실을 밝혀내며 독보적인 위상을 갖게된 프로그램이다. 조폭 두목이나 살인범과도 인터뷰를 할 정도에 담당 PD들은 살해협박까지 받을 정도로 진실을 파헤치는데 특화됐다. 특히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이나 '엽기토끼 살인사건' '이태원 살인사건' 등은 '영화보다 더 몰입도가 높았다'는 평을 들으며 '그알'의 위상을 높였고 '듀스 김성재 사망사건'은 아직도 방송이 되지 못해 시청자들을 기다리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위상이 헛발질 한 두 번에 무너진 모래성이었던 걸까. '그알'에 위기는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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