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제가 유격수로 나갈 거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지난 2021년. KT 위즈는 창단 첫 우승을 향해 달려가고 있던 시점. 박승욱(31·롯데 자이언츠)은 싸늘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2012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입단한 그는 2019년 트레이드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2020년 97경기에서 타율 2할6푼4리로 쏠쏠한 활약을 했지만, 2021년 8경기 출장에 그친 뒤 방출 통보를 받았다.
현역 연장 의지를 가지고 있는 그는 롯데 입단 테스트를 봤고, 기회를 받게 됐다. 박승욱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롯데는 또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지난해 100경기에 나서면서 알토란 활약을 했던 그는 올 시즌에도 100경기를 넘기며 2할 중후반의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단순한 출장 기록은 박승욱의 가치를 담지 못한다. 올 시즌 3루수 2루수 유격수로 고루 출전하면서 팀 내야 공백을 완벽하게 채워주고 있다. 득점권 타율은 3할7푼3리에 달한다.
포지션 곳곳에 나가기 위해서 매일 다른 훈련을 소화해야만 했다. 내야수 자리에서 받는 공이 비슷해보여도 시야각이나 타구 방향, 작전 때 움직임 등 모두 다르다. 이 때문에 종종 실책이 나오곤 했지만, 시즌 실책은 8개에 불과했다.
박승욱은 "한 곳만 수비 연습을 하다보면 감이 떨어질 수 있어서 요일별로 골고루 훈련을 하고 있다"라며 "개인적으로는 경기에 많이 나갈 수 있어서 좋은 거 같다. 1루를 제외하고 나가고 있는데 백업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항상 준비를 하려고 한다. 캠프 때나 지금도 준비하고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박승욱의 재능이 꽃피는데 있어서는 문규현 수비 코치의 역할도 한몫했다. 박승욱은 "방출되고 나서는 '내가 유격수를 다시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컸다. 롯데에 처음왔을 때에도 그런 생각이었다. 문규현 코치님께서 항상 옆에서 좋은 말씀을 해주신다. 한 차례 다운될 때마다도 마음잡을 수 있게 해주셔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거 같다"라며 "1년이 지나고 나니 나에게 큰 힘이 됐던 거 같다. 올해는 문 코치님과의 신뢰 관계가 더 형성되니 시너지가 나고 있다. 항상 고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문 코치가 박승욱을 챙겼던 이유는 분명했다. 그는 "박승욱은 일단 정말 성실하다. 자신이 맡은 일을 충실하게 수행하려고 훈련 때부터 달라붙고 열정있게 한다"라며 "정말 절실함이 묻어나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타격 또한 꾸준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 박승욱은 "항상 생각하고 신경 썼던 부분을 인지하고 준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안 될 때도 있지만, 그 틀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 연습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방출 뒤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박승욱은 "이렇게 다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처럼 할 줄은 몰랐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치열한 순위 싸움. 아직 5강 희망이 남아 있는 만큼, 시즌 막바지 체력전에서 '만능' 박승욱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박승욱은 "경기에 나갈 때마다 좋은 모습 보이기 위해서 항상 준비하고 있다. 찬스를 잘 살리는 게 중요한 거 같다.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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