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중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우승확률 35%에 대한 냉혹한 평가에 대한 황선홍호의 답은 '9대0'이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19일 중국 항저우 저장성 진화시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쿠웨이트와 항저우아시안게임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의 해트트릭, 조영욱(김천)의 멀티골, 백승호(전북) 엄원상(울산) 박재용(전북) 안재준(부천)의 릴레이 골에 힘입어 9대0 대승을 거뒀다.
이는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 조별리그에서 네팔을 11대0으로 대파한 이후 한국의 아시안게임 단일경기 최다골이다. 29년만에 등장한 9골차 이상 대승. 네팔전 히어로가 감독이 되어 쿠웨이트전 대승을 이끌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였던 '황새' 황 감독은 당시 아나톨리 비쇼베츠 감독이 이끄는 팀에서 네팔을 상대로 전반 5골, 후반 3골 총 8골을 홀로 몰아치는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황선홍호가 새 역사를 쓰기 전까지 팀에 대한 평가는 썩 좋지 않았고, 기대치는 낮았다. 지난해 아시아 U-23 챔피언십부터 황선홍호가 선보인 경기력과 결과 때문이었다. 음주운전 이력이 있는 선수를 발탁했다가 논란이 되자 철회한 것도 여론을 들끓게 만들었다.
황 감독과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같이 쓴 김병지 강원 대표이사는 쿠웨이트전 당일에 공개된 한 매체 인터뷰에서 "황선홍호의 우승 확률은 35%~40% 정도"라고 말했다. 그마저도 25% 정도로 생각했으나 선수단의 동기부여를 고려해 10%를 더했다고 친절히 설명했다. 쿠웨이트전을 준비하던 선수들은 포털사이트 메인에 뜬 이 기사를 접하지 않았을까 싶다.
우승 확률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팀은 시원한 대승으로 응수했다. 전반 3분 정우영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전반에만 4골을 넣었다. 쿠웨이트는 한국이 골을 넣을 때마다 멘털이 무너졌다. 손에 쥔 물병을 던지며 애꿎은 물병에 화풀이를 했다. 대표팀은 여유를 부리지 않고 후반에 더 몰아쳐 5골을 추가했다. 관중석에선 절대약자가 된 쿠웨이트를 응원하는 듯한 "짜요" 구호가 울려퍼졌다.
경기 중 주먹을 불끈쥐며 기쁨을 표출했던 황 감독은 "이제 7발 중 첫발이다. 대승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자칫 독이 될 수 있다. 없는 경기로 치고 빨리 잊어야 한다"며 긴 호흡으로 차분하게 금메달 사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감독이 활약한 히로시마아시안게임 대표팀은 네팔전 승리 기세를 끝까지 이어가지 못하고 준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에 0대1로 패하고 3-4위전에서도 쿠웨이트에 패해 4위에 그친 기억이 있다. 황 감독은 선수들이 '첫 경기 대승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조 1위로 올라선 대표팀은 21일 같은 경기장에서 태국을 상대로 2연승 및 16강 토너먼트 조기 확정을 노린다. 태국은 1차전에서 바레인과 1대1로 비겼다.
진화(중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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