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북한이 나란히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축구 대표팀은 21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각) 중국 저장성 항저우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태국과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전반에 터진 홍현석(헨트) 안재준(부천) 엄원상(울산) 이재익(이랜드) 릴레이 골을 묶어 4대0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지난 19일 쿠웨이트와 조별리그 1차전 9대0 대승을 묶어 2전 전승, 승점 6점을 획득하며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조 1위로 16강을 확정했다. 2라운드 현재 E조 순위는 한국(6점)-바레인(2점)-태국(1점)-쿠웨이트(1점)순이다. 황선홍호는 이날 승리로 24일 바레인과 최종전에 여유로운 선수 운용이 가능해졌다. 변수 많고 난적도 많은 토너먼트에 힘을 폭발할 여건을 조성했다. 쿠웨이트전 해트트릭 영웅 정우영(슈투트가르트)뿐 아니라 2경기 연속골을 넣은 안재준, 2경기에서 3개의 도움을 기록한 고영준(포항) 등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폼'을 끌어올린 점도 호재다.
같은 시각 신용남 감독이 이끄는 북한 남자 축구대표팀은 중국 저장성의 진화 저장성사범대동쪽경기장에서 열린 키르기스스탄과의 항저우아시안게임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북한은 전반 20분 김국진의 선제결승골을 앞세워 승리를 챙겼다. 2연승을 달린 북한은 F조 1위를 지키며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북한은 지난 19일 1차전에서 대만을 2대0으로 잡았다. 반면, 1차전에서 북한에 패했던 대만은 인도네시아를 1대0으로 잡고 기사회생했다. 대만과 인도네시아는 각각 1승1패를 기록했다. 키르기스스탄은 2패했다. 이번 대회 E조 1위와 F조 1위는 대진에 따라 결승에서 격돌한다. '황선홍호'와 북한은 결승에서 격돌할 가능성이 있다.
황선홍 감독은 1차전 대비 필드플레이어 절반(5명)을 바꿨다. 이틀 간격의 빡빡한 일정을 고려한 로테이션. 4-1-4-1 포메인셔에서 박재용(전북)이 원톱으로 나섰고 엄원상 홍현석 고영준 안재준이 2선에 위치했다. 주장 백승호(전북)가 3선을 지켰다. 황재원(대구) 박진섭(전북) 이재익(이랜드) 설영우(울산)가 포백을 맡았고, 이광연(강원)이 골문을 지켰다. 정우영은 벤치에서 출발했고, 이날 오후 항저우에 입성한 이강인은 휴식차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한국은 전반 초반부터 경기를 주도했다. 황재원 안재준 등 측면 자원의 적극적인 크로스와 수비 뒷공간을 찌르는 기습 패스로 태국 수비진을 공략했다. 15분만에 선제골이 터졌다. 좌측에서 공을 잡은 고영준이 문전을 향해 날카롭게 크로스를 찔렀고, 이를 홍현석이 헤더로 받아넣었다. 5분 뒤인 20분, 추가골이 터졌다. 골문 앞에서 박재용이 내준 공을 안재준이 침착한 슛으로 밀어넣었다. 2부리그 공격수라는 꼬리표가 달렸던 박재용과 안재준이 득점을 합작했다. 안재준은 2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절정의 득점 감각을 뽐냈다.
한국의 기세는 무서웠다. 더 매섭게 몰아쳤다. 전반 39분 3번째 골이 터졌다. 고영준의 침투패스를 받은 엄원상이 박스 안 우측 좁은 각도에서 강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 쿠웨이트전에서 1도움을 올린 고영준은 2경기만에 도움수를 3개로 늘리며 플레이메이커의 역량을 뽐냈다. 여기에 전반 추가 시간 이재익의 강한 왼발슛이 나오며 4-0 점수 차를 벌렸다. 이날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이강인은 한국의 골이 터질 때 주위에 있는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과 하이파이브로 기쁨을 나눴다. 하프타임엔 경기장에 내려와 송민규(전북) 조영욱 등 동료들과 대화를 나눴다. 한국은 마지막까지 경기를 지배했다. 태국을 4대0으로 잡고 환호했다.
북한은 대만전과 동일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일찌감치 16강을 확정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였다. 신 감독은 "우리는 결과로 증명한다. 앞으로의 결과가 (우리의 능력을) 증명할 것이다. 경기장에서는 이기는 게 승자"라고 말했다.
뚜껑이 열렸다. 북한은 이번에도 선제골을 폭발했다. 전반 20분 김국진이 득점포를 가동했다. 김국진은 두 경기 연속 득점을 기록했다. 그는 대만을 상대로 전반 12분 쐐기골을 폭발한 바 있다. 1-0으로 리드를 잡은 북한은 분위기를 내주지 않았다. 키르기스스탄은 답답한 듯 거친 플레이로 연달아 옐로카드를 받았다. 북한이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북한은 단 한 번의 슈팅을 득점으로 연결하는 '원샷원킬' 힘을 발휘했다. 키르기스스탄은 단 한 번의 슈팅도 날리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진화(중국)=윤진만, 항저우(중국)=김가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