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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ON]'동갑내기'의 엇갈린 운명, '에이스' 권순우 '비매너 논란' 수습-'좀비 테니스' 홍성찬 단식 8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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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 한국 남자 테니스를 이끌고 있는 권순우(당진시청)와 홍성찬(세종시청)은 1997년생, '동갑내기'다. 그런데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운명이 엇갈렸다.

권순우는 명실상부 이형택-정현에 이은 한국 남자 테니스의 에이스 계보를 잇고 있다. 한국 선수 최초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2회 우승과 최고 랭킹 52위(2021년 11월)까지 찍었다.

다만 지난 2월 어깨 부상이 문제였다. 재활로 6개월 공백기를 가졌다. 이후 좀처럼 예전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다. '슈퍼 포핸드'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세계 정상급 포핸드의 날카로움과 정교함이 떨어졌다. 결국 지난달 US오픈부터 복귀했지만, 복귀전부터 '테니스 월드컵'이라 불리는 데이비스컵 본선 경기 등 이날 경기까지 6전 전패를 당했다.

'비매너 논란'까지 발생했다. 권순우는 지난 2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테니스 남자단식 2회전에서 카시디트 삼레즈(태국·636위)에 1-2(3-6, 7-5, 4-6)로 패했다. 권순우는 패배가 확정된 뒤 손에 쥔 라켓을 바닥에 강하게 내리쳐 부쉈다. 이후 부숴진 라켓으로 의자를 때리고, 짐을 챙기다가 다시 라켓을 집어 들어 코트에 내리쳤다. 심지어 삼레즈의 악수 요청에 눈길도 주지 않고 거부했다.

미국 매체 '스포츠키다 테니스'는 '권순우가 상대의 태국 선수의 심리전에 휘말렸다'고 보도했다. 다만 경기 중 상대 선수가 화장실을 다녀왔고, 권순우의 컨디션이 살아난 2세트 승리를 눈앞에 둔 순간 태국 선수가 심판에게 메디컬 타임 아웃을 신청했다. 이 부분은 테니스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들도 세트가 끝난 뒤 화장실을 다녀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메디컬 타임 아웃은 체어 엄파이어가 허용하는 시간 안에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선수들이 공식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규정이다. 때문에 권순우의 비매너 논란은 자신보다 500위 이상 세계랭킹이 낮은 선수에게 진 분풀이로밖에 보여지지 않았다.

다행히 논란은 매듭지어졌다. 이날 경기가 없었던 권순우는 태국 선수단을 직접 찾아가 사과했다. 대한테니스협회(KTA)는 26일 '권순우는 이날 경기가 없어서 공식 훈련 중이다. 오전에는 태국 선수단 훈련장에 찾아가서 상대에게 사과했다. 또 경기 잘하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상대도 괜찮다며 서로 잘 풀었다'고 전했다.

또 자필 사과문도 대한체육회를 통해 전달했다. 권순우는 '아시안게임 테니스 단식 2회전 카시디트 삼레즈 선수와의 경기가 종료된 직후에 국가대표 선수로서 하지 말았어야 할 경솔한 행동을 했다'고 운을 뗀 뒤 '국가대표팀 경기를 응원하는 모든 국민 여러분과 경기장에 계셨던 관중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죄송하다'고 적었다.

이어 '저의 무례한 행동으로 불쾌했을 삼레즈 선수에게도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경기 후에 보인 행동들에 대해 진심으로 후회하며 반성하고 있다.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선수로서 태극마크의 무게를 깊게 생각하고 책임감있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성찰하며 모든 행동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성명서를 내고 '권순우 선수의 비신사적인 행동에 대하여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사안에 대해선 대회 종료 후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드린다. 다시 한 번 이번 일로 실망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반면 홍성찬은 대회 8강에 진출했다. 홍성찬은 이날 베트남의 리 호앙 남을 맞아 2대0(6-1, 6-4)으로 승리를 거두고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홍성찬은 2회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세르게이 포민(699위)에 기권승을 거두고 16강에 진출한 바 있다.

홍성찬은 '좀비 테니스'로 유명하다. 빠른 발로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상대의 실수를 유발한다. 현대 테니스 선수들의 유형과 다른 부분이 있지만, 물샐 틈 없는 수비력으로 부족한 공격력을 채우고 있다. 무엇보다 주니어 시절 세계 1위까지 찍기도 했던 '테니스 천재' 홍성찬은 지난해 데이비스컵 본선 이후 폭풍 성장 중이다. 올해 데이비스컵 본선에서도 향상된 기량을 유감없이 뽐냈다.

한편, 권순우는 와 홍성찬은 오는 27일 대회 남자 복식 16강전을 치른다. 항저우(중국)=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