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어제는 라켓, 오늘은 칼'.
26일 오후 4시(현지시각),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펜싱장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펜싱 에페 개인 16강 김재원-파이줄라 알리모프(우즈베키스탄)전에서 '펜싱판 권순우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김재원은 1피리어드부터 경기를 리드하다 3피리어드에서 11-11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 공격이 먹혀들면서 12대11로 진땀승을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8강에선 아키라 고마타(일본)에게 11대15로 패했다.
알리모프는 김재원의 점수를 선언한 심판의 최종 판정을 받아들이지 못한 눈치였다.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심판에게 항의를 이어갔다. 급기야 얼굴에서 벗긴 뒤 손에 들고 있던 마스크를 땅바닥에 던졌다. 뿐만 아니라 경기에 사용한 칼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경기에 패한 뒤 승복하지 못하고 경기에 사용한 도구를 바닥에 던졌다는 점에서 권순우 사태와 결이 비슷하다.
권순우는 25일 카시디트 삼레즈(태국)와 테니스 단식 2회전에서 1-2로 패한 뒤 라켓을 바닥에 던지고 삼레즈의 악수 제의도 거절하며 '비매너 논란'에 휩싸였다.
사태가 점차 확산되는 걸 인지한 권순우는 하루 뒤인 26일 삼레즈에게 직접 찾아가 사과하고, 대한체육회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국가대표 선수로서 하지 말았어야 할 경솔한 행동을 했다. 국민 여러분들, 관중분들, 삼레즈 선수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이 사과문이 언론에 배포된지 얼마지나지 않아 펜싱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심판의 지적에 피스트 위에 놓인 칼을 주운 알리모프는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한참을 감독석 근처에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분을 삭이는 듯했다.
페어플레이는 올림픽의 기본 정신이다. 졌다고, 분하다고 다 손에 쥔 물건을 집어던지면 스포츠 대회가 성립할 수가 없다. "짜요"가 울려퍼지는 관중석엔 어린아이들도 있었다.
항저우(중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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