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14년 차 선후배. 출신 학교도 다르고, 소속팀도 다르지만 서로를 '리스펙트' 하는 사이.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레이스에 마지막 반전은 정말 가능할까.
한화 이글스 노시환은 최근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소집 이후 첫 공식 인터뷰에서 "홈런왕은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라면서 "일단 내가 빠져있는 동안 최정 선배가 최대한 안쳤으면 좋겠다. 다녀와서도 제가 1위였으면 좋겠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을 이야기 했다.
현재 노시환은 KBO리그 홈런 1위다. 31홈런으로 리그에서 유일하게 30홈런을 넘긴 타자. 프로 데뷔 첫 시즌인 2019시즌 1홈런, 이듬해인 2020시즌 12홈런, 2021시즌 18홈런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115경기에 나와 단 6홈런에 그쳤던 노시환이지만 올해는 확실히 달라졌다.
4월에는 2홈런으로 주춤하다가 5월에만 홈런 7개를 추가했고, 6월 6홈런, 7월 6홈런, 8월 8홈런으로 무섭게 개수를 늘려나갔다. 9월에도 홈런 2개를 추가하며 31홈런을 쳤는데 대표팀에 소집되면서 일단 '스톱' 됐다. 노시환은 소집 직전 출전한 경기에서 31호 홈런을 터뜨렸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일정이 결승전까지 치를 경우 10월 7일에 모든 경기가 끝난다. 노시환이 대표팀 일정을 끝낸 후 한화에 복귀하는 시기를 감안하면 정규 시즌 막바지 2~3경기만 뛸 가능성이 크다. 홈런 개수가 드라마틱하게 증가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유일한 대항마는 SSG 랜더스 최정이다. 최정은 26홈런으로 리그 2위에 올라있다. 노시환과는 5개 차이인데, 다른 점이 있다면 최정은 대표팀에 소집되지 않고 정규 시즌 경기를 다 치르기 때문에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산술적 게산은 된다. 노시환이 "최정 선배님이 많이 안치셨으면 좋겠다"고 농담을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관건은 최정의 컨디션이다. 최정은 후반기 들어 타격 성적이 전반기에 비해 떨어진 상태. 특히 홈런이 줄었다. 전반기에는 19홈런을 쳤지만, 후반기에는 7홈런에 그쳐있다. 8월 홈런 4개를 친 최정은 9월 현재까지 홈런 2개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허리 통증을 이유로 휴식을 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프로 입단 기준으로 14년 차 나는 대선배와 까마득한 후배지만, 서로를 인정하는 사이다. 최정은 올해 노시환의 활약을 보며 "시환이는 정말 3루수의 교과서 같은 선수다. 올해 확실히 눈을 뜬 것 같다. 한 단계 올라섰다"고 감탄했고, 노시환 또한 "나는 아직 그 정도 선수가 아닌데 너무 좋게 이야기 해주셔서 영광이다. 최정 선배님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다"며 화답했다.
3루수 골든글러브, 홈런왕 경쟁에서 현재까지는 노시환이 조금 더 앞서있는 게 사실. 베테랑 중의 베테랑 최정 역시 이대로 시즌을 마치기는 너무 아쉽다. 최정의 마지막 반전이 일어날 수 있을지, 노시환의 아시안게임 공백은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보는 입장에서 너무나 흥미롭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