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시즌 초반 선수들과 인터뷰를 할 때 목표를 물으면 대부분 "부상 없이 뛰고 싶다"라고 말한다.
이젠 너무나 당연하게 듣는 목표라 지겨울 정도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의 부상 소식을 들으면 정말 '부상 없는 것'만큼의 목표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KIA 타이거즈의 천재 내야수 김도영이 또 부상을 당했다. 지난 19일 한국대표팀으로 일본과의 APBC 결승에서 1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1루에 왼손을 뻗었다가 왼손을 다쳤다. 당시에도 왼손에 통증을 느꼈는데 예상대로 부상이었다. 그런데 큰 부상이다.
KIA는 21일 김도영이 20일 귀국하자마자 세종스포츠정형외과에서 CT 및 MRI 검진을 실시했고, 왼쪽 엄지 중수지절관절 내측 측부인대 파열 및 견열골절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인대 봉합 수술을 받을 예정인데 재활 기간이 약 4개월 정도 걸린다고.
재활이 끝나면 3월 말이다. 내년 정규리그 개막이 3월 23일이니 김도영은 내년시즌 개막부터 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김도영의 부상이 걱정이 될 정도다. 지난해 큰 기대를 받으며 입단한 김도영은 풀시즌을 뛰었다. 부상으로 3주를 쉬었다. 8월 17일 SSG 랜더스와의 경기서 3루수로 출전했다가 후안 라가레스의 강습타구를 처리하다가 오른쪽 엄지를 맞아 손가락이 찢어져 10바늘을 꿰멨다.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어 3주 뒤 건강히 복귀했다. 103경기를 뛰며 타율 2할3푼7리(224타수 53안타) 3홈런 19타점을 기록.
올시즌 기대속에 출발한 김도영은 그런데 개막 이틀째인 4월 2일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홈으로 들어온 뒤 왼발 통증을 호소했고 병원 검진 결과 왼쪽 중족골 골절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받은 김도영은 81일이 지난 6월 23일에야 돌아올 수 있었다. 돌아온 뒤 맹타를 휘둘렀다. 올시즌 84경기서 타율 3할3리(340타수 103안타) 7홈런 47타점 25도루를 기록했다.
당연히 젊은 선수들로 구성되는 APBC 대표팀에 뽑혔다. 그리고 우승을 위해 노력하다가 왼손을 다치고 말았다. 올시즌 좋았기에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던 2025시즌인데 남들이 시즌을 착실히 준비할 때 재활을 해야하고 남들이 시즌을 시작할 때야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승엽 양준혁 박용택 최형우 등 KBO리그에서 굵직한 이정표를 세운 레전드들의 공통점은 부상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부상이 없었기에 좋은 기록을 매년 쌓아가며 후배들이 부러워하고 깨고 싶은 금자탑을 세울 수 있었다.
'제2의 이종범'이라고 불릴 정도로 천재적인 자질을 보여주는 김도영이다. KIA 뿐만아니라 한국 야구계가 모두 그의 활약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유망주들이 부상으로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꽃피우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김도영의 수식어가 '천재'가 아니라 '부상'이 돼서는 안된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