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은퇴를 앞둔 원클럽맨 레전드의 강제 이적을 두고 야구계가 시끌시끌하다.
22일 열린 2차 드래프트 이야기다. 4년만에 부활한 이번 2차 드래프트의 핵심은 보호선수 축소(40인→35인), 그리고 샐러리캡 신설이다.
2가지 이슈가 결합되면서 예상치 못한 거물급 지명이 쏟아졌다. '숨은 보석 찾기' 외에 '연봉 감축' 목적이 더해진 결과물이다. 최주환(SSG→키움) 우규민(삼성→KT)이 대표적.
하지만 은퇴를 앞둔 김강민이란 변수가 등장하면서 다른 이슈들이 묻혔다. 한화는 하위 3개팀에게만 주어진 2장(4~5라운드) 중 한장인 전체 22번 픽으로 김강민을 지명했다. 이날의 마지막 픽이었다. 한화의 고민이 엿보인다.
SSG 측은 "은퇴를 논의중인 선수인 만큼 김강민이 지명받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최주환을 비롯해 몇몇 선수들을 보호선수에서 제외한 구단 기조상 김강민까지 포함할 순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호선수 제외'에 대해 김강민과의 사전 교감은 없었다. 김성룡 SSG 단장은 "이제부터 김강민과 거취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KBO리그도 이제 1일 계약이 있다. 사전에 은퇴 합의가 이뤄졌다면, 특별 엔트리를 통해 은퇴 경기는 언제든 치를 수 있다.
후폭풍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SSG의 투타를 대표하는 김광현과 한유섬이 SNS를 통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김광현은 "SNS는 인생의 낭비라지만, 오늘은 해야겠다. 누군가의 선택은 존중하지만, 23년 세월은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잘가요 형. 아 오늘 진짜 춥네"라며 씁쓸함과 분노를 토로했다. 한유섬도 "이게 맞는 건가요? 강민이 형 조만간 집에 쳐들어갈게요"라며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팬들은 평소 소통을 즐겨온 정용진 SSG 구단주의 SNS에도 몰려들어 구단의 결정에 성토하고 있다.
김강민은 2001년 입단 이래 23년간 SK 와이번스, 그리고 그 후신 SSG 랜더스에서만 뛰어온 원클럽맨이다. 2007년 인천 야구의 첫 우승부터 '와이어 투 와이어' 지난해까지 5회 우승에 모두 함께 했다. 특히 SSG 인수 후 첫 우승이던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선 1차전 9회말 동점홈런, 2차전 9회초 쐐기타, 5차전 9회말 역전 끝내기 쓰리런을 잇따라 쏘아올리며 MVP를 수상했다.
적어도 SK의 역사를 잇는 SSG에겐 영구결번에 준하는 레전드임은 분명하다. 김강민이 원했던 '현역 연장'이 인천을 떠나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화의 잘못은 전혀 없다. 현역 최고령 선수임에도 김강민은 열악한 한화 외야에 큰 도움이 될 선수다. 한화 구단은 "김강민은 외야 뎁스 강화 및 대수비 대타 자원의 기량을 가지고 있다. 또한 우리 어린 외야수들과 많은 공감을 나누면서 성장시킬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미 김강민 설득에 돌입했다.
일각에선 한화를 향해 '동업자 정신이 없다',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보호선수 제외는 곧 타 팀에서 데려가도 무방하다는 10개 구단간의 합의다. 이는 2차 드래프트뿐 아니라 FA, 향후 혹 있을지 모를 신생팀 창단 특혜 등 모든 상황에 걸쳐 일관되게 적용되는 기준이다.
은퇴를 앞둔 선수, 원클럽맨 레전드라서 택하지 못한다면 그건 SSG 혼자 보호선수를 한명 더 쓰는 셈이다. 그런 논리라면 어느 깜짝 놀랄만한 선수가 풀린들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이고, 주전 포수, 간판 타자, 마무리인데 지명할 수 있을까.
더구나 한화는 2012년 NC 창단 특혜로 20인 외 보호선수 지명이 이뤄질 때 은퇴를 준비중이던 박찬호를 무려 '20인'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한 전례가 있다. 김강민과 마찬가지로 드래프트가 이뤄지기 전까지 선수 본인와 은퇴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황. 메이저리거로서 고향에 돌아오길 원했던 박찬호에 대한 예우였다.
이제 김강민은 은퇴하지 않는 이상 내년부터 한화에서 뛰어야하는 처지다.
만약 김강민이 한화의 지명에도 불구하고 은퇴를 택한다면, 한화는 선수 1명을 뽑을 기회를 박탈당한 셈이다. 다만 이는 SSG가 '김강민의 이적'을 리스크로 안고 보호선수에서 제외했듯, 한화가 김강민을 택함에 있어 당연히 감수해야할 리스크다.
10개 구단은 오는 25일까지 KBO에 보류선수 명단을 제출해야한다. 이는 오는 30일 공시된다. 한화는 SSG에 1억원의 양도금을 내고, 김강민의 공식적인 소속팀은 한화로 바뀐다. '김강민(한화)'이 되는 것이다.
김강민은 현역 연장은 물론 원클럽맨이란 자신의 커리어를 지키기 위한 고민을 약 일주일안에 갑작스럽게 강요받는 처지가 됐다. 다만 소속팀 표기의 경우 이적 후 김강민이 은퇴를 선언할 경우, 한화 소속으로 한 경기도 뛰지 않은 만큼 KBO에서 추가적인 합의가 이뤄질 여지는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