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골든타임, 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K리그 승강의 역사를 보면 눈여겨 볼 포인트가 있다. 승격팀들의 면면을 보면 강등 첫 해 곧바로 승격한 팀들이 제법 있다. 승격과 강등을 매년 반복하는 상무는 말할 것도 없고, 2013년 강등 후 다음해 승격한 대전, 2019년 강등해 2020년 승격을 확정지은 제주 유나이티드 등의 사례가 있다. 이 기회를 놓친 팀들은 꽤 오랫동안 2부에서 고전했다. 2018년 강등돼 아직까지 승격하지 못하는 전남 드래곤즈가 대표적이다. 대전도 하나금융그룹으로 옷을 갈아탔음에도 승격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쯤되면 강등팀의 '골든타임'은 강등한 해 겨울이라 할 수 있다. 그해 겨울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팀의 미래가 좌우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1부 꼴찌로 2부 추락한 수원 삼성의 현재 행보는 꽤 걱정스럽다. K리그 최고 명문의 추락에 모두 경악했다. 설마했던 강등이 현실로 다가왔다. 팬들은 눈물 흘렸고, 동시에 분노했다. 강등됐다고 수원의 축구가 멈추는 것은 아니기에, 그래서 수원이 보여줄 대처에 눈과 귀가 모아졌다.
골든타임의 핵심은 결국 '쇄신'이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바꿔야 한다. 지난 몇년간 수원은 기회를 놓쳤다. 2022시즌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추락하는 아픔을 겪고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 실기는 더 큰 아픔으로 돌아왔다. 전문가들은 "지금껏 내놓은 해법이 모두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새롭게 판을 짜야 한다. 단순히 한두명이 책임지고 사표를 내는 것만으로는 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 정도면 되겠지'하는 안일함으로는 반등할 수 없다.
하지만 수원의 현실인식은 그렇지 않은 듯 하다. 구단 수뇌부가 본사에 사의를 표한 것 정도를 제외하고는, 변화의 바람이 불지 않는 모습이다. 쇄신의 시작은 '인사'다. 필요하다면 외부 수혈도 해야한다. 2019년 제주가 대표적이다. 수원과 비슷한 문제를 겪던 제주는 본사가 직접 나서 인적 변화를 꾀했다. 구단의 양 축인 프런트와 선수단의 수장을 모두 바꿨다. 풍부한 경험과 좋은 평판을 자랑하는 김현희 단장을 영입해 프런트를 정비했고, '승격 전문가' 남기일 감독을 데려와 선수단에 변화를 줬다.
특히 남 감독의 경우, 모셔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대우부터 조건까지 지극정성을 다했다. 남 감독의 선임 자체로 제주는 대내외적으로 승격 의지를 알렸고, 팀이 빠르게 정비되는 효과를 얻었다. 그 결과 1년만에 승격에 성공했다.
요즘 수원 삼성은 다른 길을 걷는 분위기다. 구단 내부에서는 다음 시즌 염기훈 감독 대행과 동행을 원하고 있다. 시즌 막판 소방수로 투입된 염 대행은 7경기에서 3승을 거두는 등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과연 다음 시즌 수원을 승격시킬만한 지도력을 갖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K리그2는 '정글'이다. 수준차가 크지 않아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다. 스타일도 K리그1과는 180도 다르다. 그래서 감독의 경험과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 경험이 풍부한 남기일(3회), 조덕제(2회), 박항서(2회) 등이 복수의 승격을 만들어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K리그2는 2부 만의 성공 공식이 있다"고 주장한다. 경험하지 않고 이 답을 찾기란 어렵다. 그래서 이를 잘 아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대전이 대전하나시티즌으로 이름을 바꾸고 엄청난 투자를 했음에도 승격까지 3년 걸렸다. 수원은 냉정히 대전처럼 3년이나 기다려줄 여유와 자금이 있는 팀이 아니다. 이번 골든타임을 놓치면, 선수는 더욱 빠져나가고, 예산은 더 줄어든다. 수원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진다.
'재창단의 각오로 다시 태어나는 수원삼성이 되겠습니다.' 강원과의 최종전 후 수원월드컵경기장 전광판에 올려진 글이다. 과연 지금의 수원은 그 각오로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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