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 오디토리움(삼성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기대 안 했다면 거짓말이겠지만…정말 솔직히 (손)아섭이형 축하해주러 왔다."
14년을 기다렸기에 더 짜릿했다.
NC 다이노스 박건우가 데뷔 14년만에 첫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다.
KBO 현역 선수 통산 타율 2위(3000경기 이상 기준)에 빛나는 그다. 하지만 골든글러브는 박건우에게 좀처럼 첫키스를 허락하지 않았다.
박건우는 6년전 좌절을 되새겼다. 타격 2위(3할6푼6리) 최다안타 6위(177개) 도루 5위(20개) 등 호성적을 올렸던 2017년, 큰 기대감을 품고 골든글러브 현장을 찾았지만 아쉬운 좌절을 맛봤다.
올해는 달랐다. 박건우는 "솔직히 예상은 못했다. 우리 주장 아섭이 형이 수상할 것 같으니 축하해주는 의미로 왔다"면서 "또 상처받고 갈까? 그런 생각도 컸다. 참 오래 걸렸다. 기분좋은 하루"라고 돌아봤다.
"그날 집에 가는 길이 아쉬움으로 가득했던 생각이 난다. 그때 어떤 팬분이 진짜 금색으로 된 케이크 골든글러브를 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그는 "수상소감 때 혹시 빠뜨린 사람은 없나? 머릿속이 하얘졌다"며 웃었다. 김택진 구단주, 강인권 감독 등을 체크한 뒤 안도의 한숨을 쉰 그는 "저한테 좋은 계약을 따준 이예랑 (에이전시)대표님께도 감사드린다. 덕분에 이렇게 좋은 팀에서 뛰고 있다. 꼭 얘기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부모님을 향한 감사도 또한번 되새겼다.
"1300개 넘게 친 안타, 우리 부모님은 진짜 단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보셨을 거다. 힘들때 가장 생각나는 사람,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우리 부모님이다. 이런 큰 무대에서 한 번 말씀드리고 싶었다. 내 남은 야구 인생, 부모님을 위해서 야구하고 싶다. 정말 사랑하고 존경한다."
박건우는 "물론 내년엔 우리팀이 우승하면 좋겠지만, 개인적으론 더이상 큰 욕심이 없다. 다른 상도 많이 받지 않았나. 다만 이 골든글러브, 한번은 꼭 받고 싶었다"며 소중하게 품에 끌어안았다.
그는 오랜 한을 풀었지만, 이날 아쉬움으로 돌아가는 선수도 있었다. KIA 타이거즈 박찬호다. 박건우는 "(박)찬호 올해 정말 좋은 성적 내지 않았나. 아직 어리기도 하고. 언젠가 꼭 받을 수 있을 거다. 오늘을 자극삼아 '내가 될까?' 이런 생각 안하고 당연히 받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의 마음을 전했다.
그 자신을 위한 말이기도 했다.
"매년 받는 후배, 이정후가 있지 않았나. 솔직히 정후가 없어서 내가 받았나 하는 생각도 했다. 앞으로는 누구랑 경쟁한다는 생각보다는 박건우가 당연히 받는 상, 만장일치를 노릴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코엑스오디토리움(삼성동)=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