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이 제주 유나이티드 골키퍼로 활약중 불의의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된 유연수를 이천선수촌에 초청했다.
2000년 시드니패럴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정 회장은 지난달 기사를 통해 유연수의 은퇴 소식을 접한 후 직접 연락처를 수소문했다. 사고 후 재활중 병원 탁구대회에서 우승하고, 향후 패럴림픽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씩씩한 인터뷰에 눈이 번쩍 뜨였다.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 김현희 제주 유나이티드 단장 등을 통해 유연수와 선이 닿았고, 12일 선수 가족을 이천장애인국가대표선수촌으로 초청했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장을 겸하고 있는 정 회장은 중도 장애가 대다수인 척수장애인들의 인생 2막에 진심이다. 유연수를 보며 사고 후 황망했던 자신의 20대를 떠올렸다.정 회장은 "나도 스물두 살 때 교통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됐다. 죽고 싶었다. 하지만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스포츠를 만났고, 퇴원 이후 스포츠를 통해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 내가 먼저 간 길을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장애 당사자로서 유연수의 심정을 누구보다 깊이 공감하는 정 회장은 "죽고 싶을 만큼 괴롭고 힘들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죽고 싶은 마음으로 이 악물고 살아내면 뭐든 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 회장은 "유 선수 아버지가 나와 동갑이더라. 아버지같은 마음으로 선수를 잘 이끌겠다고 약속드렸다"고 했다. 정 회장은 "굉장히 성실한 선수라고 들었다. 미드필더를 하다 골키퍼로 전향할 때도 노력을 엄청나게 했을 것"이라면서 "키 1m94라 팔다리가 길고 프로 골키퍼답게 순발력도 뛰어날 것으로 본다. 나보다 중증장애인데도 불구하고 상체가 단단하더라. 다리 근력도, 운동 습관도 아직 남아 있다. 근육이 빠지기 전에 운동을 시작하면 좋겠다"고 바랐다.
평생 축구선수로 살아왔지만, 장애인 스포츠는 처음인 유연수가 다시 전문선수가 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장애유형에 가장 적합한 종목을 선택하는 일이다. 도쿄패럴림픽 국가대표 평균 연령 40.5세(일본 33.2세, 중국 29.7세). 20대 유망주가 귀한 장애인 스포츠계에서 유연수를 영입하려는 각 종목 협회의 물밑 경쟁이 치열할 것같다는 말에 정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 회장은 "좋아하는 종목과 잘하는 종목은 다르다. 패럴림픽 메달이 유망한 종목도 장애유형에 따라 다르다. 내 경우 휠체어테니스, 휠체어농구로 장애인 스포츠에 입문했지만 결국 가장 잘 맞는 종목은 사격이었다"고 했다. "유 선수는 팔이 길고 프로 선수의 근성도 있으니 동계종목으로 노르딕스키도 추천하고 싶다. 입문 단계에서 체험하는 휠체어농구도 해보면 좋을 것같다. 순발력이 뛰어나니 탁구도 잘 맞을 것같고…. 내년 초 진행하는 신인선수 캠프에서 다양한 종목을 접해보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종목을 찾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유연수가 전문선수의 길을 결심할 경우, 국가대표가 되고,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수준에 도달하려면 얼마 정도의 시간이 걸릴까. '선수 출신 장애인 체육 수장' 정 회장은 "당연히 본인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겠지만 2028년 LA패럴림픽 쯤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휠체어농구 선수였던 신의현도 2015년 노르딕스키로 전향한 지 불과 3년 만에 평창패럴림픽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휠체어배드민턴 유수영도 신인 캠프에서 발굴, 양성해 3년 만에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천선수촌에서 우연히 프로야구 두산 투수 출신으로 휠체어테니스 메달리스트가 된 김명제와도 마주쳐 서로 소개 시켜줬다"면서 "종목은 다르지만 프로선수 출신으로서 서로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 회장은 "비장애인 스포츠에서 부상이나 사고로 좌절한 중도장애인 선수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체계적으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도 밝혔다.
유연수는 최근 장애인 인플루언서 박위의 유튜브 '위라클'에 출연해 "저도 박위님처럼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저를 통해서 좌절했던 사람들이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고 아직 재활중이지만 재활이 끝나면 스포츠도 생각하고 있고 강연도 해보고 싶다"는 목표를 전한 바 있다.
언젠가 가까운 미래, 영웅들이 출전한다는 패럴림픽에서 '제주 골키퍼' 출신 유연수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신은 문을 닫으실 때 다른 쪽 창문을 열어두신다. 길이 끝난 곳에서 다시 길이 시작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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