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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참사, 180도 달랐던 분위기…한국은 "(정)몽규 나가", 태국은 "승점 1점은 마담 팡의 생일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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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대한민국 원정에서 동점골을 넣어 일약 태국 축구의 영웅이 된 공격수 수파낫 무에안타(OH 루뱅)는 '승점 1점'을 축구협회 회장에게 '선물'했다.

무에안타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C조 3차전을 마치고 "태국으로 승점을 가져갈 수 있어서 기쁘다. 이번 승점 1점은 마담 팡님의 생일 선물이다. 우리를 지원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마담 팡'이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누알판 람삼 태국축구협회장(58)은 경기 당일인 3월 21일 58번째 생일을 맞았다. 람삼 회장은 태국 최대 보험회사인 무엉타이생명보험 CEO이자 포트FC 구단주로, 대표팀 선수단장(총감독)을 거쳐 지난달 제18대 태국축구협회장 투표를 통해 역대 최고 득표율(93%)을 기록하며 협회장으로 당선됐다. 태국 축구 역사상 여성 회장은 람삼 회장이 처음이다.

람삼 회장은 단장 시절 태국 대표팀 선수들에게 통큰 월드컵 예선 보너스를 약속해 화제를 모았다. 태국 매체에 따르면, 람삼 회장은 이번 월드컵 2차 예선에서 선수단에 승점 1점당 100만 바트(약 4000만원), 승리시 300만 바트(약 1억1000만원)을 보너스로 지급하겠다는 당근책을 제시했다. 무에안타의 입에서 "지원해줘서 감사하다"는 인사가 나온 배경이다.

람삼 회장은 부임 한 달만에 광폭 행보로 태국 축구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람삼 회장은 취임 후 빠르게 태국 축구를 바꿔가고 있다. 지난 4일 첫 회의에서 협회 직원의 의료비, 각종 사고와 같은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용할 수 있도록 500만바트(약 1억8000만원)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태국 2부, 3부 리그에서 총 4050만바트(약 15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훈풍을 탄 태국은 한국 원정에서 승점을 따는 '역대급' 이변을 연출했다. 26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예선 4차전 홈경기를 앞두고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람삼 회장은 경기 후 개인 SNS를 통해 "3월 26일 라자망갈라에서 만나요. 승점 3점을 위해 힘을 모읍시다. #어떤 일이든 일어난다"고 대표팀에 파이팅을 불어넣었다.

한국 대표팀의 분위기는 태국과 정반대였다. 경기 전부터 대표팀 공식 서포터즈인 붉은악마를 중심으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퇴진을 바라는 외침이 울려퍼졌다. "몽규 나가"라고 적힌 깃발도 관중석에서 나부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과정부터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 실패, 대회 기간 중에 일어난 사건사고에 대한 협회의 미숙한 일처리 등에 책임을 지고 정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도전자' 태국이 용감하게 싸웠다면, 한국은 부담감 때문인지 소극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아마추어같은 실수를 반복했고, 번번이 득점 찬스를 놓쳤다. 아시안컵 경기력 부진이 클린스만 전 감독의 탓만은 아니란 게 만천하에 드러났다. 아시안컵이 끝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아시안컵을 치르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 했다. 앞선 2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여전히 조 선두를 달리지만, 태국전 첫 경기 무승부로 인해 큰 부담을 안고 원정길에 오르게 됐다. 일년 중 가장 덥다는 '3월의 태국'에서 펼쳐질 경기는 환경적으로 더 힘들 수밖에 없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