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사직에만 오면 우리 선수들이 내게 기대를 한다. 나도 '여기 사직이다' 말한다."
'상성'이란 진짜 존재하는 걸까. 아니면 우연이 거듭된 산물일까.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은 롯데 자이언츠만 만나면 힘이 난다. 2020년 이후 올해까지 총 17경기에 선발등판, 8승3패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했다. 독보적인 '천적' 관계다.
구자욱은 부산만 오면 불방망이가 된다. 데뷔 이래 사직에서의 통산 타율 3할7푼7리, OPS(출루율+장타율)이 1.117에 달한다. 홈런도 16개나 쳤다. 구자욱은 "사직에 오면 우리 선수들이 내게 기대를 많이 한다. 나도 '여기 사직이야'라고 답해준다"며 웃을 정도.
박진만 삼성 감독은 '상성'에 대한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원태인을 예로 든 질문에 그는 "난 타자 쪽에서 말하겠다. 이상하게 딱 마운드에 올라오면 왠지 칠 수 있을 것 같은 투수가 있더라. 카운트도 항상 유리하게 끌고 가는 자신감도 있었다. 빗맞아도 안타가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면서 "아마 롯데를 상대하는 원태인도 그런 기분이 아닐까"라고 답했다.
현역 시절 박진만 감독이 유독 강했던 투수는 누굴까. 그는 망설이지 않고 "(KIA)윤석민에겐 강했다. 마무리도 하고 선발도 하고, 한창 잘 던질 때다. 내가 컨디션 안 좋은날 윤석민 만나서 홈런 친 기억도 난다"며 웃었다.
박진만 감독의 말은 기록으로 증명된다. 두 사람은 10살 차이지만, 윤석민이 데뷔한 2005년부터 박진만 감독이 은퇴한 2015년까지의 기간이 겹친다.
윤석민 상대 타율은 무려 4할4푼4리(41타수 18안타) 2홈런 28타점이다. OPS(출루율+장타율)로 보면 1.240에 달한다. 그의 통산 타율(2할6푼1리) 커리어 하이 시즌(3할1푼2리, 2006년)과 비교해도 독보적인 성적이다.
반면 윤석민과 함께 당대를 대표했던 투수 '류김윤' 3인방으로 묶이는 류현진-김광현 상대로의 성적은 좋지 않다. 류현진에겐 타율 2할1푼1리(38타수 8안타) OPS 0.532에 불과하다. 김광현에게도 타율 2할9푼4리(17타수 5안타) OPS 0.647를 기록했다. 두 선수 공히 홈런과 타점은 없다. 말 그대로 '유독' 윤석민에게만 강했던 셈이다.
분명한 것은 야구는 '멘털게임'이라는 점이다. 우연이 거듭되고 특정 팀, 선수의 킬러라는 이미지가 고착화될 정도면, 양측 선수들 역시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보면 현실이 된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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