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40억 FA' 한현희는 피로 가득한 롯데 자이언츠 불펜의 희망이 될수 있을까.
롯데는 한달 가까이 10개 구단 중 꼴찌에 그치고 있다. 4월 12일 처음 순위표 맨 아랫자리로 떨어졌고, 4월 21일 잠시 9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추락한 이후 좀처럼 탈꼴찌를 하지 못하고 있다.
시즌초 8연패에 이어 또다시 5연패를 경험했다. 특히 시즌초 3위가지 내달리다 7연패 늪에서 추락했던 키움에게 2승을 내주며 숨돌릴 틈을 준게 뼈아팠다. 그래도 가까스로 3연승으로 흐름을 돌려놓은 상황.
이 같은 시즌초 고전에는 이른바 '170억 FA 트리오'의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해줘야할 선수'이자 팀내 거포 역할을 맡아줘야할 노진혁과 유강남이 1할대 타율에 허덕이면서 전체적인 타선 짜임새에 구멍이 뚫렸다. 한현희 역시 풍부한 경험을 지닌 베테랑다운 영입전 기대감과 어긋나게 선발과 불펜 어느 쪽에도 정착하지 못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2군에서 돌아온 뒤론 4월 27일 NC 다이노스전 1이닝 무실점, 4월 30일 키움 히어로즈전 1⅓이닝 무실점, 3일 삼성전 2⅔이닝 무실점으로 3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시즌전 예상과 달리 불펜도, 필승조도 아닌 추격조 롱맨 내지 선발과 1+1으로 운영되는 탠덤에 가까운 기용이었다.
한현희가 자신의 기용 방식에 대한 호오를 말할 입장은 아니다. 이미 지난 시즌 커리어 로우를 기록하며 더이상 다칠 자존심도 없다.
그래도 한현희는 다른 두 선수와 함께 엮이기엔 아쉬운 부분이 있다. "내 생애 가장 열심히 운동했다"고 자부하는 지난 겨울 덕분일까. 한현희가 등판한 올시즌 7경기 중 실점은 4월 9일 삼성전 1경기 뿐이다. 나머지 6경기에선 실점이 없었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3.12로 많이 낮췄다.
무엇보다 롯데는 개막 한달이 겨우 지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주력 불펜들의 피로도가 상당히 높아진 상황. 구승민이 생애 최악의 부진을 보이고 박진형도 여의치 못하면서 신인 전미르가 셋업맨으로 기용되는 등 필승조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한현희가 필승조나 그에 준하는 불펜 보직 하나를 맡아준다면 팀 전력에서 큰 도움이 될 전망. 윌커슨이 반전을 이룬 지금 롯데로선 다소 부진하다 하나 나균안을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하기도 어렵다. 이인복이 1군에서 말소되고, 우천으로 취소된 5일 경기 선발로 현도훈이 예정됐음을 감안하면 향후 한현희의 기용 비중은 불펜에 쏠릴 전망이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중간에서 전력투구로 1~2이닝 던져줄 수 있으면 좋아보인다. (한)현희는 직구가 147~8㎞ 나오는 날은 좌타자도 치기 어려운 공을 던진다. 선발이 좀 불안한 날 4~5회부터 붙이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한현희의 분전이 노진혁과 유강남의 반전을 이끌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유강남은 지난 3일 삼성전에서 모처럼 안타 하나를 기록했고, 타구 질 면에서는 조금씩 나아지는 모양새다. ABS(자동 볼판정 시스템) 관계로 프레이밍의 중요성이 크게 떨어지긴 했지만, 투수들의 공을 기분좋게 받아주는 능력만큼은 여전히 유강남이 1류다. 유강남이 좀더 살아나고, 노진혁이 지난 시즌의 클러치히터 역할만 해줘도 10위로 처진 팀 분위기는 제법 바뀔 전망이다.
대구=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