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대졸 선수들이 도루 1위 경쟁을 하다니 의미가 있네요."
데뷔 첫 30도루를 전반기 만에 해냈다. 성공률도 90.6%에 달한다.
롯데 자이언츠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로 거듭난 '마황' 황성빈. 롯데 선수의 시즌 30도루는 2016년 손아섭(42도루) 이후 8년만에 처음이다. 구단 역사 전체를 통틀어도 '대도' 전준호를 비롯해 단 5명 밖에 없었던 기록.
도루 1위 두산 베어스 조수행(37개)에도 7개 차이로 접근했다. 도루왕 도전 의사를 묻자 황성빈은 망설였다. 평소 같으면 "한번 해보겠습니다" 외쳤을 그다. 잠시 후 황성빈은 '대졸 선수'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에서 '대졸'이 상징하는 의미는 절실함이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번 떨어지고, 2번째 기회를 꿈꾸며 스스로를 갈고 닦아온 선수.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황성빈은 야구 변방으로 꼽히는 소래고-경남대 출신이다. 소래고는 최근 이지강(LG 트윈스)-최승용(두산)을 배출하긴 했지만, 황성빈은 단 6명 뿐인 소래고 출신 프로 입단 선수 중 하나다. 창단 43년 역사의 경남대에서도 황성빈은 권희동과 더불어 가장 유명한 선수다.
간절함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그다. 입단 이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고, '기본기가 떨어진다'는 직설적인 비판도 받았다. 타고난 재능에 벽을 느낀 것도 수차례.
하지만 불타는 열정과 뼈를 깎는 노력으로 어느덧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 '명장' 김태형 롯데 감독도 인정하는 팀의 주축으로 거듭났다. 그래서 그의 말에는 울림이 있었다.
"대학교에 가는 선수들은 스스로를 의심합니다. '내가 4년을 더 투자한다 해서 프로에 갈수 있을까?' 4년이 짧은 시간도 아니잖아요. 고졸로 오면 군대를 갔다와도 2년이 남는 긴 시간인데…그래서 전 대졸 선수들이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얼리 드래프트' 제도도 있다.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프로에 올수 있다. 황성빈은 "그래서 김동혁(강릉영동대 출신)한테 '넌 대졸로 취급 안한다'고 장난도 칩니다"라고 웃은 뒤 "4년 마치고 온 선수들이 정말 잘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수행과 황성빈의 입장은 조금 다를 수 있다. 조수행은 건국대를 졸업하고 2016년 2차 1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했다, 그 뒤로도 꾸준히 1군에서 뛰었다.
2020년 2차 5라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뒤 한동안 시련을 겪은 황성빈과는 과정이 다르다. 다만 좀처럼 1군 주전 외야수로 자리잡지 못한 점은 조수행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249타석이 커리어하이다.
데뷔 때부터 스피드 만큼은 유명했던 황성빈이지만, 도루 성공률은 아쉬웠다. 1군 데뷔 첫해였던 2022년 도루 성공률은 45.5%(10/22)에 그쳤다.
지난 2년 김평호-전준호-고영민-유재신 코치 등 참스승들의 열성적인 지도를 거치며 달라졌다. 지난해에는 64.3%(9/14)로 올랐고, 올해는 30도루에 단 3번만 실패했다. 타격도 일취월장, 규정타석은 채우지 못했지만 타율이 3할5푼4리에 달한다. 매년 '업그레이드'되는 황성빈이다.
"30개 한 것보다 그 과정에서 성공률이 높았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수행이 형이 워낙 인정받는 선수지만 저도 주루엔 자신 있으니까 지금 성공률을 유지하면서 도루 개수를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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