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승부처는 7회말이었다. 4회말 박성한의 적시타로 1점을 먼저 낸 SSG는 송영진의 5⅔이닝 무실점 호투와 뒤이어 등판한 조병현의 1⅓이닝 역투를 더해 1-0 리드를 쥐고는 있었지만, 점수차가 아슬아슬했다. 그러나 두산 투수들을 완전히 무너뜨리지는 못하면서 추가점이 나오지 않았다.
Advertisement
이숭용 감독이 번트 사인을 내자 조동화 작전주루코치가 하재훈에게 전달했다. 1루주자를 안전하게 2루에 가져다놓고, 득점권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뜻이었다. 사실 하재훈은 펀치력이 있는 타자. 이런 찬스 상황에서 번트를 대는 것보다는 적극적으로 치는 유형이다. 하지만 올 시즌 타격 부진이 워낙 길게 이어지고 있는 와중이라 이숭용 감독은 조금 더 안전한 선택을 했다.
2S로 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스리번트까지 지시할 수는 없었다. 결국 어쩔 수 없는 강공 전환. 번트는 사실상 실패였다. SSG 벤치 입장에서는 그 순간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중계 화면에 번갈아 잡힌 이숭용 감독과 조동화 코치 그리고 타격을 준비하는 하재훈의 표정에서조차 아쉬움이 읽혔다. 이미 올 시즌 여러 차례 이런 작전 수행 능력에 있어 팀 전체가 고민이 많았던지라 모두가 아쉬움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Advertisement
타구가 넘어가자 이숭용 감독도 너털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실상 그 순간만큼은 하재훈에게 두손 두발 다 든 셈이다. 그리고는 홈으로 돌아온 하재훈을 밝게 맞았다. 더그아웃에 있던 팀 동료들은 자신들의 홈런만큼이나 기뻐했다. 번트의 아쉬움을 날린 완벽한 투런. 마무리 투수에서 다시 타자로 전향한 '야구 천재' 하재훈의 진가를 보여준 웃지 못할 한 장면이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