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경쟁자는 아니고…."
KIA 타이거즈의 마무리투수 정해영(23)은 지난 6월 말 어깨 통증으로 약 한 달 넘게 쉬게 됐다.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있던 답답했던 시기. 하지만 앞만 보고 달리는 프로의 삶에 때론 예기치 못하게 찾아온 쉼표의 의미가 각별했다.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를 향해가는 청년 투수. 또 한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닮고 싶은 레전드와의 만남이 이뤄졌다. 리빙 레전드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었다.
정해영이 부상으로 개점 휴업 중이던 지난 7월, KIA는 삼성 라이온즈와 두 차례 3연전을 치렀다. 2~4일까지 대구에서, 16~18일까지 광주에서 격돌했다.
선두 경쟁으로 치열했던 시기. 정해영에는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오승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통산 427세이브를 기록하며 KBO리그 최초이자 유일하게 400세이브 고지를 밟은 투수. 정해영을 비롯, 박영현(KT) 김재윤(삼성) 등 KBO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의 '롤모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들 모두 오승환에게 돈 주고 살 수 없는 경험에서 우러나는 조언 속에 한뼘 더 성장하곤 했다. 정해영도 마찬가지였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48경기에서 27세이브를 기록중인 리빙 레전드. 비록 전성기 만큼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세이브 부문 1위를 달리며 '전설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공교롭게도 구원 2위가 바로 정해영(23세이브)이다.
정해영이 아플 때는 오승환이 격차를 벌렸지만, 최근 오승환이 재정비 차원에서 말소되고 정해영이 복귀하면서 격차를 줄이고 있다.
6월 말 정해영의 부상 이탈 소식을 들은 오승환은 "그런 과정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이번에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다. 잘 극복해서 빨리 복귀하길 바란다"는 응원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이후 정해영을 만난 오승환은 마무리투수로서 '특급 조언'을 전했다.
정해영은 "부상 당하고 얼마되지 않아서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스트라이크 같은 볼도 던져야 한다고 하셨다"라고 당시 내용을 공개했다.
다소 막연할 수도 있지만, 오승환의 조언은 확실히 도움이 됐다.
정해영은 "(오승환 선배님) 말을 듣고 많이 좋아졌던 것도 사실이다. 매번 삼성전 때 마다 많이 여쭤본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정해영은 부상 복귀 이후 7경기에서 1패2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1.50으로 다시 뒷문 단속에 나서기 시작했다. 오승환이 최근 부침을 겪으면서 둘의 세이브 차는 4개 차로 줄었다.
정해영은 '경쟁'이 이라는 이야기에 "경쟁자는 아니다. 선배님은 베테랑이고 나는 아직 많이 어리다. 다만, 열심히 하겠다"고 이야기 했다.
정해영은 "(오승환의 세이브를) 따라가기 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한 달 반 정도 빠졌는데 세이브왕을 욕심내는 건 아닌 것 같다. 이제 부상 재발 방지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며 "세이브 욕심은 없다. 시즌 전에 목표가 블론세이브가 없는 것과 풀타임 출전이었다. 블론 세이브도 하고 엔트리에서도 제외되면서 목표를 다 이루지 못했다. 남은 경기 다 나갈 수 있다는 마인드로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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