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프로야구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처음 도입됐던 1998년.
한국프로야구의 상대적 생소함으로 외인 선수 데려오기가 쉽지 않았다. 일본에 비해 돈 싸움도 안 됐지만, '편견'과도 싸워야 했다.
분단국가인 한국을 불안해 하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휴전국가라 언제 전쟁이 날 지 모른다'는 인식. 그 리스크가 별 것 아니라고 설득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위험수당 조의 웃돈을 건네야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릇된 인식은 서서히 개선돼 갔다.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한국 문화와 세계 최고 수준의 치안, 전쟁 위험을 거의 느낄 수 조차 없는 안전감이 실제 살아보니 체감이 됐다. 외국인 선수들 사이의 네트워크에 광범위하게 공유됐다. 여기에 한류 문화가 폭발하면서 한국은 '가보고 싶은 나라'가 됐다. 지금은 안보문제로 한국에 가지 않으려는 외국인 선수는 거의 없다.
여전히 시장규모가 일본에 미치지 못해 일본에서 만큼 큰 돈을 벌 수는 없지만 실력에 따라 돈 차이도 많이 줄었다. 게다가 한국선수단 특유의 정문화와 안정된 출전기회를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외인 간 경쟁이 심한 일본은 적응과정에서 삐끗하면 2군행을 감수해야 한다. 외인 선수 입장에서는 또 다른 리스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다 재기를 노리는 선수들에게 KBO가 선호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미국에서 뛸 만큼 뛰고 퇴물이 된 나이 먹은 선수들이 은퇴 전 '마지막 무대'로 찾던 곳이었던 한국야구는 이제 재도약 무대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최근 에릭 페디, 제임스 네일 등 현역 메이저리거들이 속속 KBO리그에 모습을 드러내는 이유다. 타자 쪽에서도 에디슨 러셀, 야시엘 푸이그 등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던 선수들이 한국땅을 밟았다.
올 겨울도 두산베어스 콜 어빈, LG 트윈스 요니 치리노스 등 쟁쟁한 현역 메이저리거들이 KBO 팀들과 새로 계약을 맺고 있다.
심지어 과거 불 같은 강속구로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던 파이어볼러 '토르' 노아 신더가드도 메이저리그 복귀를 전제로 한국행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메이저리그 복귀를 목표로 훈련하고 있다. 기회를 주는 구단이라면 어디든 갈 생각이다.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1년간 뛸 수 있다. (아시아 무대가)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고유 문화를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신입 외인 100만 달러' 상한선을 높이자는 주장도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찔끔 20~30만 달러를 올려봐야 그 돈 때문에 안 올 선수가 오지는 않는다. 현재 100만 달러 신입외인 몸값이 고스란히 상향 되는 효과 밖에 없다.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극복한 뒤 서서히 훈풍이 불던 외인시장. 변수를 만났다. 지난 3,4일에 걸쳐 국가를 떠들썩 하게 했던 '비상계엄' 선포였다.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로 밤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전 국민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국을 보는 외국의 시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이었다. 민주화 지수가 높았던 한국에 대한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분단 리스크와 맞물려 다시 '위험한 나라'로 오해받을 수 있는 트리거가 됐다. 실제 일부 국가는 자국민에게 한국 여행 자제권고를 하고 있다. 여기에 이번 사태로 환율까지 올랐다. 고환율이 유지되면 구단 입장에서는 한국돈을 더 써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 다시 해소될 리스크지만 외인 수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구단들로선 반갑지 않은 악재다. 갑작스레 대두된 '계엄 리스크'. 특급 외인 고르기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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