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오타니 에이전트는 다 예상하고 있었나.
이게 굴지의 슈퍼스타를 보유한 대형 에이전트의 힘인가.
미국 메이저리그 정복에 나선 김혜성의 행보가 시작부터 술술 풀리는 느낌이다.
키움 히어로즈에서 8시즌을 뛰고 포스팅 자격을 얻은 김혜성. 리그 최강 2루수로 인정받고 호기롭게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LA 다저스 슈퍼스타 오타니의 에이전트사인 CAA 스포츠와 손을 잡을 때만 해도 '대박'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김하성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갈 때 받은 4+1년 2800만달러 조건보다 더 좋은 계약을 할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실제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포스팅 초반 3년 2400만달러 예상 몸값의 계약도 이뤄지지 않고 시간만 흘렀다. 포스팅 마감 직전까지 팀을 정하지 못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행선지 후보로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다저스가 김혜성의 새 팀이 된 것이다. 보장 금액으로만 따지면 3년 1250만달러 계약이기에 기대에 크게 못미친 가운데, 주전 경쟁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다저스를 선택한 것에 의문 부호가 붙었다.
다저스는 지난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팀. 유격수 자리에는 무키 베츠라는 슈퍼스타가 건재하고, 2루수도 유망주 개빈 럭스가 버티고 있었다. 내야 유틸리티로는 미겔 로하스라는 준수한 수비수가 여전하며, 크리스 테일러와 토미 에드먼도 내-외야를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자원들이다. FA가 되기는 했지만 같은 역할의 엔리케 에르난데스도 재결합이 가능했다. 도저히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였다. 돈을 더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왜 다저스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다저스 선택이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다저스는 7일(한국시각) 주전 2루수 럭스를 전격 트레이드 해버렸다. 유망주와 지명권을 받고 2루수가 필요한 신시내티 레즈로 떠나보냈다. 구단은 SNS를 통해 이별을 공식화했다.
럭스의 트레이드설은 김혜성 영입 발표 후부터 현지 언론을 통해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주전급 김혜성이 와 자리가 없는 럭스가 떠난다는 건 아니었다. 뉴욕 양키스, 시애틀 매리너스 등 2루수 보강이 시급한 팀들이 전도유망한 럭스를 원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배경에 김혜성의 지분이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럭스가 트레이드 돼버리니, 김혜성의 에이전트인 CAA의 힘도 느껴지는 듯 하다. 에이전트 네즈 발레로를 필두로, 미국 구단들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특히 다저스와 CAA는 친밀한 관계일 수밖에 없다. CAA는 거물 오타니를 지난해 다저스와 연결시켜줬다. 몸값만 7억달러, 다저스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의 선수다. 그만큼 다저스 구단도 오타니, CAA 눈치를 어느정도 볼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CAA는 다저스 내부 분위기와 정보 등을 누구보다 빨리 캐치해낼 수 있다.
만약 CAA가 럭스 트레이드를 포함한 선수단 개편 작업에 대한 분위기를 읽었든, 협상 과정에서 김혜성이 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든 현 상황 김혜성에게는 다저스행이 매우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는 분위기다. 설령 기존 다른 선수에게 주전 2루 자리를 내준다 해도, 백업 유틸리티로 빅리그 엔트리 자리를 노리기 훨씬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주전 2루수라면 더없이 좋고 말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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