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지난 시즌에는 경기장에 오는 게 두려웠습니다."
이런 상황을 '격세지감'이라고 표현해야 하나.
이제는 KB손해보험이 아닌 현대캐피탈 세터 황승빈 얘기다.
현대캐피탈은 19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도드람 V리그 남자부 KB손해보험과의 4라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대1로 승리했다. 파죽의 13연승. 2017~2018 시즌 이후 7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이 눈앞으로 오는 분위기다. 2위 대한항공과의 승점 차이가 무려 15점이다. 제 아무리 강한 대한항공이라 해도, 최근 현대캐피탈의 기세라면 따라잡기 쉽지 않은 차이다.
그 중심에 세터 황승빈이 있다. 시즌 개막 때만 해도 KB손해보험의 노란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트레이드가 됐다. 그리고 빠른 시간 안에 팀에 녹아들며 '우승 세터' 타이틀을 달 준비를 하고 있다. 레오, 허수봉, 최민호 등 강하고 개성 넘치는 공격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일등공신이다.
황승빈에게는 복잡 미묘했을 트레이드였다. 2014년 대한항공에 입단하며 시작한 프로 생활. 하지만 한 팀에 정착하지 못했다. 삼성화재, 우리카드, KB손해보험에 현대캐피탈까지. 많은 팀을 떠돌았다. 확실한 주전 세터로 자리를 잡지 못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번 트레이드도 복잡했다. 현대캐피탈은 우승에 도전해야 하는 전력이었다. 그러나 김명관의 군 입대로 세터 포지션이 약해졌다. 사실 신예 세터 이현승으로 밀고 나가려 했다. 하지만 시즌 초 세터 포지션의 문제를 인지했고, 곧바로 경험 많은 황승빈과의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KB손해보험은 황택의라는 국가대표 세터가 상무 전역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니 황승빈을 미련 없이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이 황승빈을 원했다는 점에서 희망을 찾을 수는 있었다.
현대캐피탈의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황승빈도 프로 데뷔 후 가장 신나게 배구를 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대로 가면 '우승 세터'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항공 시절 우승의 맛을 보기는 했지만, 그 때는 한선수라는 높은 산을 넘지 못할 때였다.
황승빈은 "연승이 이어진다는 자체로 너무 기쁘다. 매 경기를 준비할 때마다 많은 상상과 고민을 한다. 최근 2달은 그 고민들의 끝이 승리로 마무리 돼 기쁘다는 표현 말고 생각나는 게 없다"고 밝혔다.
황승빈은 지난 시즌 단 5승에 그친 꼴찌 KB손해보험에서 뛰다 올해는 최강팀 현대캐피탈의 주전이 됐다. 하늘과 땅 차이를 경험하고 있다. 황승빈은 "정말 극과 극이라고 해야할까. 지난 시즌에는 사실 경기장에 오는 게 두려웠다.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시즌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좋은 경기들이 이어지고 있다. 요즘에는 빨리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든다"며 웃었다.
KB손해보험전은 공교롭게도 '트레이드 매치'가 됐다. KB손해보험 황택의가 부상으로 빠져 자신과 트레이드 된 이현승이 주전 세터로 나선 것. 이에 황승빈은 "어떤 감정도 없었다. 그냥 무조건 이겨야 하는 상대라고만 생각했다"고 의젓하게 답했다.
황승빈은 '우승 세터' 타이틀 욕심에 대해 "이전 팀들에서도 우승을 꿈꿨었다. 어떤 팀에서는 '잘 되겠다' 자신감도 있었다. 그런데 항상 실패였다. 내 스스로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는데, 챔피언이 되는 순간 내가 코트에 서있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하던 순간 현대캐피탈행이 결정됐다. 상상으로만 하던 일들이 다 이뤄져가는 느낌이다. 물론 아직 방심은 하지 않는다. 챔피언이 된다는 것보다, 아직은 내가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앞서고 있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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