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안정감이란 말과는 거리가 멀었다. 폭발적인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한 수비는 호평받았지만, 작전타임 때마다 사령탑의 호통을 듣기 일쑤였다.
올해는 다르다. 흥국생명 이고은이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오픈 공격만 고집하던 과거는 잊어도 좋다. '왕언니' 김연경-김수지부터 신예 해결사 정윤주, 뒤늦게 합류한 1m97의 외국인 선수 마테이코, 팀의 활력소로 떠오른 아시아쿼터 피치까지 다양한 공격옵션을 활용해 흥국생명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다. 코트 위에선 김연경 못지 않게 바쁘게 떠들며 비로소 팀의 야전사령관다운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흥국생명은 시즌 후반부에 접어든 지금 6연승을 질주하며 정규시즌 우승 굳히기에 들어갔다. 13연승을 내달리던 정관장을 상대로 2연전을 모두 잡아내며 기를 꺾었고, 현대건설도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고 있어 챔피언결정전 직행이 유력하다.
하지만 김연경의 염원인 우승을 위해선 방심할 수 없다. 이미 V리그 역사상 첫 리버스 스윕(2연승 후 3연패)이라는 악몽까지 겪어본 아본단자 감독과 흥국생명이다.
아본단자 감독은 올시즌 흥국생명의 달라진 점에 대해 체계적으로 자리잡은 블로킹 시스템과 이고은의 가세를 꼽았다. 특히 "공격수들이 잘 때릴 수 있도록 도와준 세터의 공이 크다"며 호평했다. 이날 팀내 최다인 15득점을 올리며 한국행 이후 첫 히어로 인터뷰에 임한 마테이코도 "코코가 원블록으로 많이 빼준 덕분에 잘할 수 있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날 이고은은 김수지-피치의 중앙 공격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도로공사의 블로킹 높이가 낮은 점을 적극 활용한 것. 아본단자 감독은 "항상 이렇게 하라고 강조해왔는데, 오늘은 원하던 대로 잘 됐다"고 강조했다.
이고은은 "감독님이 지난 경기 끝나고도 '내가 칭찬한 거 봤냐'고 하셨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흥국생명은 이고은 외에도 서채현 박혜진 김연수 김다솔까지 무려 5명의 세터를 보유중이다. 하지만 사실상 풀시즌, 풀타임을 이고은이 도맡고 있다.
아본단자 감독의 스타일은 하나하나 세심하게 디테일을 지적하는 것. 이고은은 "안되면 옆에서 계속 얘기하신다. 자세가 조금 흐트러지거나 순간적인 결정을 잘못 내리면 바로 한마디 하신다"면서 "소통이 잘 된다. 덕분에 내 기량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연경 언니 파워를 확실히 느낀다. SNS나 팬들 반응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타이밍이 좀 흐트러져도 워낙 잘 때려줘서 항상 고맙다"고 했다.
이고은은 자신의 체력 비결로 "트레이너 코치님들이 신경을 많이 써주신다. 또 숙소 밥이 정말 맛있고, 비타민과 흑마늘을 잘 챙겨먹는다"며 웃었다.
"우승보다는 눈앞의 한경기 한경기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경기력은 부담감보다는 집중력에 달린 것 같다. 풀세트 가는 날은 좀 힘들지만, 체력적인 문제는 아직 없다. 앞으로 점점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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