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살인 일정이 더 반갑다." 한국 축구의 간판 수문장 조현우(34·울산)의 이야기다. 그는 2024년 울산의 K리그, 아사아챔피언스리그(ACL), 코리아컵과 국가대표팀 A매치에서 무려 68경기를 소화했다. K리그에선 유일하게 전 경기 출격, 풀타임을 소화했다.
하지만 그는 2025년 K리그1 첫 라운드에서 없었다. 조현우는 나흘 전인 12일 ACLE(엘리트)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와의 원정경기에서 코뼈가 골절돼 16일 FC안양과의 홈 개막전에 결장했다. 울산은 조현우의 공백이 뼈아팠다. '승격팀' 안양에 후반 추가시간 극장골을 허용하며 0대1로 져 이변의 희생양으로 전락했다.
코 주변으로 멍자국이 선명했다. 휘슬이 울리기 전 만난 그는 오히려 결장에 진한 아쉬움을 토해냈다. "통증이 많지 않다. 수술도 째는 수술이 아니라 빨리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미소로 안심시켰다. 무대에 오르지 못했지만 울산의 첫 문을 연 주인공은 조현우였다. 약속을 지켰다. 그는 지난해 '별 중의 별'인 K리그1 MVP(최우수선수)에 뽑히는 최고의 영예를 누렸다. 그 자리에서 조현우는 "누군가의 꿈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누군가의 꿈이 되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MVP 상금 1000만원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했다.
기부금 전달식이 휘슬이 울리긴 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렸다. 조현우는 한웅수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에게 1000만원을 쾌척했다. 팬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진 가운데 아내와 두 딸도 따뜻한 순간을 함께했다. 기부금은 조현우의 요청으로 프로연맹 사회공헌재단인 'K리그 어시스트'로 전달돼 '드림어시스트'에 활용될 예정이다.
'K리그 어시스트'는 프로연맹이 사회공헌 활동 강화를 위해 2023년 설립했다. 조현우는 K리그 현역 가운데 처음으로 재단에 개인 기부를 한 선수로 역사에 남았다. 은퇴 선수의 경우 이천수 김병지 등이 개인 기부를 진행했다. 울산 전 선수단은 단체로 매월 급여의 1%를 기부하고 있다.
기부금이 쓰일 'K리그 드림어시스트'는 재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회공헌 사업이다. 전·현직 K리그, WK리그 선수들이 프로 선수를 꿈꾸는 유소년들을 대상으로 연중 1대1 멘토링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2020년 출범해 올해 6년차를 맞았다. 조현우는 K리그 드림어시스트 1기부터 3기까지 총 3년간 멘토로 함께했다. 조현우의 2기 멘티였던 천민철은 현재 김천 상무 U-18 골키퍼로 성장하고 있다.
재단은 "이번 기부는 K리그 선수가 단순히 경기를 뛰는 것 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 주체로 활약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더 많은 K리그 선수들이 이런 행보에 동참할 수 있는 계기이자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표했다. 조현우는 "'MVP 선정 그리고 기부'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가족의 도움과 제안 덕에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 더불어 이 자리까지 오게 도와준 동료와 팬들에게 감사하다"며 활짝 웃었다.
조현우는 17일 수술대에 올랐다. 빠르면 23일 대전하나시티즌과의 K리그1 2라운드에서 복귀할 수도 있다. 김판곤 울산 감독은 "유럽에선 1경기만 쉬고 그 다음 경기에 나오는 케이스가 있다. 그 정도로 보고 있지만 심리적인 것이 중요하다. 편안한 질 때까지, 자신이 나올 수 있다고 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조심스러워했다.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