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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자이니치 차별이 원인? 日우라와, 난민팀 걸개 '룰 위반' 철거→인종차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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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일본 J리그 우라와 레즈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고 산케이신문 등 일본 현지 매체들이 4일 전했다.

사건은 지난 2일 우라와-가시와전이 치러진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발생했다.

사이타마현 가와구치시에서 활동 중인 FC쿠르드 선수, 관계자들은 이날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FC쿠르드는 튀르키예 소수 민족인 쿠르드족 난민들로 구성된 팀.

이들은 가타가나로 쓰인 'FC쿠르드'라는 녹색의 클럽 걸개를 걸고자 했으나, 홈팀인 우라와 관계자들의 제지를 받았다. 그러자 "쿠르드인에 대한 차별이다!", "인종차별이다!" 등을 외치면서 주변을 시끄럽게 했다. 당황한 우라와 측은 좌석 변경을 권유했으나, 이들은 관전을 거부하며 퇴장했다.

우라와 관계자는 산케이신문을 통해 "(걸개 철거는) 쿠르드인이 이유가 아니라 금지 사항에 대해서는 모두에게 똑같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라와는 홈, 원정팬 모두 경기장 내 걸개, 깃발 설치 및 활용에 대해 사전 승인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FC쿠르드의 걸개 철거는 '미승인'이기 때문에 불허했다는 것.

경기장에서의 걸개나 깃발은 세계 대부분에서 통용된다. 정치적 메시지나 부적절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땐 사전 입장 단계 검사에서 제한되거나, 철거된다. 경기 전 구단에 사전 허가를 받는 절차를 요구하는 곳은 드물다.

이럼에도 우라와가 사전 허가 절차를 시행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11년 전인 2014년, 우라와는 서포터 걸개 때문에 무관중 경기 철퇴를 맞은 적이 있다. 일부 서포터가 관중석 출입구에 욱일기와 '재패니즈 온리(JAPANESE ONLY)'라는 현수막을 걸어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게 발단이었다.

당시 해당 현수막을 건 서포터는 "골대 뒤는 가장 열렬한 지지자들의 공간이자 성지 같은 곳인데, 응원 통제가 되지 않은 외국인들이 드나들어 걸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우라와 소속이었던 재일교포 출신 귀화선수 리 다다나리(이충성)에 대한 차별의식 때문이란 의견이 우세했다. 우라와 주장이자 일본 대표팀 선수였던 마키노 도모아키는 SNS에 '이건 아니다. 이런 짓을 해서는 선수와 서포터가 하나될 수 없고, 결과도 낼 수 없다'고 울분을 터뜨렸을 정도.

결국 J리그 사무국은 우라와에 벌금 500만엔 및 리그 1경기 무관중 징계, 걸개 사용 금지 처분을 내렸다. 구단 임원들은 자체 징계로 3개월 간 월급 20% 반납 처분을 받았고, 서포터 그룹 11개가 해산됐다. 뿐만 아니라 일본 각계에서 "부끄러운 행동"이라며 십자포화를 맞은 바 있다.

우라와는 서포터 그룹이 J리그 내에서 가장 거칠기로 소문난 구단이다. 11년 전 사태 뒤에도 일부 그룹들은 재건에 성공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여전히 크고 작은 사건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을 통제하지 쉽지 않은 구단 입장에선 결국 가장 명확하고 강경한 조치인 '자체 룰'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