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오늘은 실바만 보기로 했다. 뒷일은 (임)명옥 언니에게 맡겼다."
도로공사 배유나가 모처럼 시원하게 웃었다.
도로공사는 12일 도드람 V리그 GS칼텍스전에서 풀세트 혈전 끝에 세트스코어 3대2 승리를 거뒀다.
도로공사 팀으로선 무려 1189일만의 6연승이다. 6승 중 4승이 풀세트 접전 끝에 올린 힘겨운 승리이기에 더욱 값지다.
비시즌 강소휘를 여자배구 최고액(8억원, 3년 계약)에 영입하며 우승 도전을 꿈꿨지만, 시즌초 손발이 맞지 않으면서 일찌감치 봄배구와 멀어졌다.
시즌 후반 들어 저력을 과시하며 IBK기업은행과 4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이 "확실히 선수들의 저력은 있는 팀인데, 초반부터 이런 모습을 보여줬다면…"이라며 안타까워하는 이유다.
배유나는 6연승의 의미에 대해 "봄배구는 가지 못했지만, 다음 시즌 좋은 성적을 꿈꿀 수 있는 기회"라고 돌아봤다.
"초반 1~2경기 안되면서 안 좋은 리듬이 길게 이어졌다. 베테랑답게 그 흐름을 빨리 깼어야했는데, 멘털이 흔들렸다. 올스타 휴식기에 생각도 많이 하고 연습량도 많이 가져가면서 벗어났다. (신인 세터)김다은과도 호흡이 맞으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이날 배유나의 기록은 20득점 6블록, 블로킹 6개 중 5개가 실바의 공격이었다. 유효 블로킹도 적지 않게 냈다. 이날 실바의 공격 성공률은 38.8%에 그쳤다. 뒷일은 (리베로)임명옥에게 맡기고, 철저하게 실바만 전담마크한 결과다. GS칼텍스의 주포가 봉쇄되자 승리의 길이 보였다.
"경기전에 '아웃사이드히터 쪽은 무조건 1블로커가 될 텐데, 그건 언니한테 맡긴다. 난 오늘 실바만 본다'고 얘기했다. 지난 페퍼저축은행전 때 박정아를 떠올리며 사이드 블로커들 자리도 잡아줬다. 내 타이밍은 실바에 맞췄다."
올시즌 도로공사는 신인 세터 김다은과 2년차 미들블로커 김세빈이 무섭게 성장하며 봄배구 실패의 아쉬움을 달랬다. 배유나는 "(김)세빈이는 정말 많이 성장했다. 나보다 더 나은 부분도 있다.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면서 "(김)다은이랑은 짧은 시간에 호흡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토스 파워가 정말 좋다. 요즘은 공 달라고 어필도 하고, 많이 나아졌다"고 설명했다.
소통의 결과인지, 김다은은 이날 초반 배유나에게 공을 집중적으로 몰아줬다. 속공과 이동공격 뿐 아니라 최근 보기 힘들었던 중앙 공격까지 나왔다. 그 결과 배유나 개인에겐 올시즌 첫 20득점으로 이어졌다. 시즌 종료까지 불과 2경기 남은 상황. '배구천재'답지 못한 시즌임을 재확인한 셈이다.
배유나는 "어제 연습부터 갑자기 나한테 볼을 많이 줬는데, 너무 좋았다"며 활짝 웃었다. 다만 김다은의 패기만만한 모습은 좋지만, 오기나 무리로 이어질까봐 경계했다. 포지션이 세터라서 더욱 중요하다. '지금은 아니다'라고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일찌감치 봄배구가 좌절되면서 동기부여 없이 힘든 시즌이었다. 도로공사는 남은 2경기도 모두 승리, 8연승 및 6라운드 전승으로 시즌을 마치길 원한다.
배유나 개인의 목표도 있다. 배유나는 "7점만 더하면 통산 4500득점이다. 2경기 안에 끝내고 싶다"면서 "마지막 경기가 정관장인데, 올시즌 전패다. 한번은 이기고 올시즌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김천=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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