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
19일 도쿄돔 스탠드를 가득 채운 4만3500명 만원 관중이 한마음으로 기다렸다. LA 다저스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1)의 시즌 첫 홈런이다. 전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선 2안타를 치고 2득점을 올렸다. 홈런을 터트리지 못했지만 최상의 타격 컨디션을 보여줬다.
5-2로 앞선 5회초. 1번-지명타자 오타니가 오타니다운 홈런을 쏘아 올렸다. 1사 주자 없는 상황. 볼카운트 2B2S에서 컵스 우완 네이트 피어슨이 시속 159km 패스트볼을 몸 쪽 낮은 코스로 찔렀다. 이 공에 오타니의 배트가 곧바로 반응했다. 라인 드라이드 타구가 도쿄돔 우중간 펜스 쪽으로 날아갔다.
이때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외야 관중석 앞 열에 있던 한 남성이 타구를 잡으려고 손을 내밀었다. 타구는 이 관중의 손바닥을 맞고 그라운드로 들어왔다. 누심이 홈런 사인을 냈고, 시카고 컵스 벤치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홈런 판정은 그대로 유지됐다. 포구 시도가 펜스 너머에서 이뤄졌다고 봤다. 그러자 도쿄돔에 다시 한번 함성이 몰아쳤다.
개막 시리즈 2번째 경기, 8번째 타석에서 홈런이 나왔다.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서 최단 시간에 때린 정규시즌 1호 홈런이다. LA 에인절스 소속이던 2021년 개막 두 번째 경기에서 홈런포를 가동했는데, 9번째 타석이었다.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이도류'를 숙성시킨 오타니는 2018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으로 날아갔다.
오타니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겨서 기쁘고 홈런을 쳐 마음이 놓인다. 좋은 출발을 했으니 즐겁게 우승을 목표로 노력하겠다. 정말 좋은 추억이 됐다. 언젠가 또 (도쿄돔에서)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홈런볼의 주인은 따로 있었다. 그라운드로 들어온 공을 잡은 컵스 중견수 피트 크로우-암스트롱이 관중석으로 넘겼다. 팬 서비스 차원에서 던진 이 공을 한 초등학생이 잡았다.
일본언론에 따르면, 이 관중도 10세 '야구 소년'이었다. 그는 "너무 놀랐다. 공이 그라운드로 떨어져 못 잡을 줄 알았다. 가보로 소중하게 간직하겠다"며 웃었다.
홈런공을 눈앞에서 놓친 남성은 "펜스 앞으로 손이 나가면 안 된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고 있었다. 직장 친구와 공이 우리 쪽으로 왔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 남성 이름(성)이 '오타니'란다. 일본언론은 그가 고교시절 고시엔대회에 출전 경험이 있는 야구선수 출신이라고 전했다.
오타니는 앞선 1회 좌익수 뜬공, 1루수 땅볼로 아웃됐다. 홈런을 친 후 두 타석은 모두 출루했다. 7회 고의4구, 9회 볼넷으로 나갔다. 3타수 1안타 1타점 2볼넷. 사사키 로키가 선발등판한 다저스는 6대3로 이겼다. 전날 4대1 승리에 이어 개막시리즈 2경기를 모두 잡았다. 오타니와 다저스 모두 최상의 결과를 손에 쥐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다저스의 일본인 선수 3명 모두 의미있는 도쿄시리즈가 됐다.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개막전 선발로 승리를 따냈다. 또 사사키는 메이저리그 데
뷔전을 치렀다. 첫 경기에서 3이닝 1안타 5볼넷 1실점.
반면, 컵스 외야수 스즈키 세이야는 극도로 부진했다. 2경기 연속 2번-지명타자로 출전해 8타수 무안타 4삼진을 기록했다. 스즈키에겐 악몽같은 도쿄시리즈였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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