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시설개선에 170억원 쏟아부은 청주시, 지역 팬들 서운함 역력
포항 경기 배정 삼성과 대비…한화 "대전구장 정착 우선" 입장 고수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충청권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제2구장인 청주야구장에서의 경기 배정에 난색을 보인다.
대전에 개장한 새 홈구장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매년 지역 경기를 애타게 기다려온 청주 팬들은 서운한 기색이 역력하다.
21일 청주시 등에 따르면 한화는 코로나19 때를 제외한 빙그레 이글스 시절부터 청주에 홈경기를 배정해 왔다.
2010년대만 해도 매년 5∼12경기를 개최하는 등 청주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보답했다.
송진우, 장종훈, 권민규 등 청주 지역 야구 명문고 출신 선수들의 활약은 한화와 청주의 깊은 인연을 보여준다.
지난 8∼9일 치러진 청주 시범경기(좌석 9천726석)에선 티켓 예매 시작 3∼5분 만에 매진되고, 만원 관중이 입장하는 등 올 시즌 청주 팬들의 큰 기대감을 보여줬다.
그러나 한화는 청주시의 두차례에 걸친 올 시즌 경기 배정(6경기) 공식 요청에도 개막을 코앞에 둔 현재까지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급기야 지난 19일 이범석 청주시장이 직접 나서 경기 배정을 요청했지만, 한화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대전경기를 줄일 수 없다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전 홈구장의 스카이박스와 중앙석 시즌권을 구입한 팬들에게 제공할 좌석 및 광고물 설치에 대한 대안이 없고, 이 구장에 입점한 수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과의 계약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이 때문에 청주 팬들 사이에선 청주야구장의 경우 스카이박스 등을 설치할 수 없는데 앞으로 청주 경기를 배정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청주야구장은 그동안 낡고 협소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청주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10년여 동안 약 170억원을 들여 마운드 다짐, 인조 잔디 교체, 관람석 증설(7천420석→1만500석), 외야 펜스 확장(110m→115m), 1층 더그아웃 확장 등 시설을 개선해 왔다.
KBO와 한화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면서 개선에 힘쓴 점을 고려하면 청주 경기 미배정은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최근 삼성 라이온즈가 대구 홈 3연전(5월 13∼15일 kt wiz전)을 제2구장인 포항에서 치르기로 결정한 것과 대비되면서 한화 역시 청주에서 최소한의 경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직장인 박모(55)씨는 "1999년 빙그레 우승 당시 무심천에서 폭죽이 터졌던 감동의 순간을 기억한다"며 "프로야구가 특정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더 많은 팬과 함께 호흡하는 스포츠로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한화가 청주에서의 전통을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냉난방기 시설, 파손된 관람석, 홈런 망 교체 및 LED 전광판 설치 등 청주야구장 시설 개선을 추가로 계획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낙후된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용역도 의뢰한 상태다.
한화이글스 관계자는 "현재 대전구장 정착이 우선이라 이에 집중하고 있으며, 청주 경기 배정은 추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유지했다.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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