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조사결과, 수요보다 택시 5천446대 많아…"부제 재도입 건의"
서대구역·대구공항 주변 "40분째 손님 기다려…이게 일상"
(대구=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오늘 택시에 손님 두 명 태웠어요. 점심값만 겨우 번 거죠."
지난 8일 오전 서대구역.
서대구역 앞에는 택시 30여 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택시 승강장부터 서대구역 입구까지 한 개 차선은 택시로 가득 찼다.
이들은 대경선(대구·경북선)이나 KTX·SRT 열차에서 내리는 시민들을 태우기 위해 기다렸다.
기사들의 바람과 달리 택시를 찾는 시민은 간간이 한두명씩 나타났다.
이날 30분가량을 기다렸지만, 택시 줄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택시 기사들은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눴다.
굳은 표정으로 벤치에 앉아 담배를 태우거나 무료한 듯 택시 창문을 활짝 열고 음악을 듣는 기사도 보였다.
택시 기사 이모(50대)씨는 "오늘 40분째 기다리고 있는데 이게 일상"이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마치 하늘에서 비가 내려오기만을 바라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탑승객을 기다린다고 한다.
이씨는 "요새 도로에 나가면 손님이 없어서 기차역, 공항, 백화점 등에는 죽치고 기다리는 택시가 많다"며 "여기서 2시간 기다려본 적도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함께 있던 다른 기사도 "오늘 오전 내내 빈 차로 대구 시내를 돌아다녔다"며 "대구공항에서 대기하려고 가보니 택시 댈 곳도 없어서 차를 돌렸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대구공항도 사정은 같았다.
택시 기사들은 공항 앞 도로에서 여객기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택시를 10년간 몬 김종민(77)씨는 체념한 듯 시동을 끄고 점심을 먹으러 갈 채비했다.
김씨는 "다음 비행기가 1시간 뒤에 와서 지금 밥을 먹고 오려고 한다"며 휴대전화로 여객기 도착 시간표를 보여줬다.
그는 "오전에 점심값만 겨우 벌었다"며 차량 문을 잠그고 점심을 먹으러 떠났다.
도로 옆 바닥에 앉아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내는 기사들도 있었다.
택시 경력 40년인 이상복(70)씨는 "손님이 없으니까 장기를 둔다"며 "여기는 언제 탑승객이 찾아올지 세월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손님을 한명도 못 태웠다"고 말하며 장기 말을 손으로 옮겼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 지역에는 택시 수가 수요 대비 넘치는 상황이다.
대구시가 지난달 발표한 '제5차 대구시 택시 총량 산정결과'에 따르면 지역에는 택시가 1만5천703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요 대비 적정 택시 총량은 1만257대로 택시가 5천446대 과잉 공급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는 택시 공급을 줄이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택시 부제(의무 휴업제) 재도입 건의를 검토하고 있다. 대구시는 2023년부터 매년 재도입 건의를 해왔지만, 국토교통부는 개인택시와 법인택시 업계 간 엇갈리는 의견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택시 부제에 대해 지역 법인택시 업계는 찬성, 개인택시 업계는 반대하고 있어서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개인택시는 면허가 재산이다 보니 택시 부제 도입에 민감한 편"이라고 말했다.
hsb@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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