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쌍둥이들이 고척돔에서 이렇게 여유를 즐긴 게 얼마 만일까? LG 트윈스 주전 선수들이 관객 모드로 팀 승리를 만끽했다.
LG가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 13대1 대승을 거뒀다. 영웅들만 만나면 약해졌던 쌍둥이들. 지난해 최하위 키움에게 6승 10패로 밀렸던 쓰라린 기억을 말끔히 지우는 기분 좋은 승리였다.
경기 초반 일찌감치 승부가 갈렸다. 1회 선두타자 홍창기의 중전 안타를 시작으로 문보경의 2타점 적시타와 오지환의 1타점 희생 플라이로 3점을 뽑은 LG는 2회에도 키움 선발 윤현을 상대로 대거 6점을 추가하며 9-0으로 앞섰다.
3회 1점을 추가한 LG는 7회 김현수와 박동원의 백투백 솔로홈런과 8회 오지환의 1타점 적시타로 총 13점을 뽑아냈다.
마운드에서는 손주영이 7이닝 1실점으로 역투하며 시즌 3승(무패)을 거뒀다. 투구 수가 76개에 불과할 정도로 손주영은 키움 타선을 효율적으로 무력화시켰다.
투타의 완벽한 밸런스. 승부가 일찌감치 결정됐다. 홍창기(3타수 1안타 2득점) 신민재(3타수 1안타 2득점) 오스틴(4타수 1안타 2타점 2득점) 문보경 5타수 3안타 3타점) 오지환(4타수 2안타 3타점) 김현수(4타수 1안타 1홈런 1타점) 박동원(4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 등 이날 활약한 주전 타자들이 하나 둘씩 라인업에서 빠지기 시작했다.
5회말 중견수 박해민이 최원영으로 교체된 데 이어 6회에는 2루수 신민재가 구본혁으로 바뀌었다. 7회에는 1루수 오스틴과 우익수 홍창기가 각각 문정빈과 송찬의로 교체됐다. 8회에는 박동원 대신 이주현이 포수 마스크를 썼다.
아무리 점수 차가 많이 벌어졌어도 불펜이 믿음직스럽지 않다면 사령탑이 주전 선수를 빼는 데 망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LG는 리그 최강의 불펜진을 과시하는 중이다. LG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9일 현재 1.60으로 리그 1위다. 지난해 6위(5.21)에 그쳤던 불펜진이 환골탈태했다.
경기 후반 유니폼을 벗고 더그아웃에 앉아서 웃고 떠드는 오스틴과 신민재의 표정이 LG의 요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다. '엘넥라시코' 시절부터 시작된 천적 키움과의 올 시즌 맞대결도 이제 1경기 치른 것에 불과하다. 기선 제압에 성공한 LG가 천적 관계를 청산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9일 2차전에서 LG는 에르난데스(1승1패. 평균자책점 9.39)가 선발로 등판한다. 이에 맞서는 키움은 로젠버그(1승 2패, 평균자책점 6.19)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