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그냥 인정했습니다. (상대팀인데) 나이스 피처 얘기가 나올 정도로요."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화통하다.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또, 상대팀이어도 잘하면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이번에도 키움 히어로즈 외국인 투수 로젠버그를 '샤라웃'했다.
로젠버그는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전에 선발로 등판, 8이닝 동안 삼진 13개를 잡는 괴물같은 투구를 펼쳤다. 키움의 4대0 승리. 개막 후 11승1패로 잘 나가던 LG에 찬물을 끼얹었다. 또, 역대 38번째 선발 타자 전원 삼진이라는 굴욕도 안겼다. 빠른 템포로 쉴 새 없이 공을 뿌리는데, 스트라이크존 사방으로 거침없이 공이 날아들어오니 LG 타자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염 감독의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패배였다. 염 감독은 로젠버그에 대비해 김현수, 오지환, 박해민을 빼고 우타자들을 집중 배치했다. 하지만 그 타자들이 로젠버그의 체인지업과 슬라이더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그냥 지는 게 아니라, 수싸움에서 밀리면 감독들은 기분이 나쁘다.
하지만 염 감독은 '쿨하게' 로젠버그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염 감독은 "예전 김성근 감독님이 연승을 이끄실 때, 선수들이 지치지 않는 이유를 참고했다"며 주전 선수들을 처음에 뺀 이유를 밝혔다. 이어 "두 번째 타석 즈음에서 찬스가 오면 주전 선수들을 다 넣으려 했다. 체력 안배와 승리 두 가지 토끼를 다 잡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9번타자가 바가지 2루타 하나 치고 나간 것밖에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염 감독은 이어 "처음부터 주전 선수들이 나간다고 해도 칠 수 없는 공이었다. 좌우상하를 다 이용하더라. 완봉을 당할 뻔 했다. 그럼 이유가 있는 거다. 로젠버그가 '긁히는 날'이었던 거다"고 덧붙였다.
염 감독은 "코스들이 너무 좋더라. 경기를 보는데 보더라인에 다 걸렸다. 그 코스를 던지고, 다시 그 코스쪽으로 오다 떨어지는 공을 섞으니 칠 수가 없었다. 홍창기가 삼진을 거의 안 당하지 않나. 창기가 계속 헛스윙을 하더라. 그 전에 던진 공이랑 똑같다고 생각하고, 방망이가 나가는데 다 떨어진 것이다. 속을 수밖에 없는 볼이었다. 창기가 한 경기 삼진 2개 이상 당하는 경기는 보기 쉽지 않다"고 했다. 실제 홍창기는 4회와 6회 연속 삼진을 당했다.
염 감독은 "우리와 한 경기 정도의 제구력이면, 어느 팀과 해도 절대 안 맞는다. 나는 그냥 인정했다. 삼진을 먹으면 '아, 먹을 만한 공이 들어왔다'고 생각했다. 그저 '나이스 피처' 생각만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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