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잘 이겨낸 저에게 칭찬해주고 싶어요."
박영현(22·KT 위즈)은 지난 13일 수원 삼성 라이온즈전에 이색 경험을 했다.
초반 타선의 활약으로 6-1로 앞서 있던 KT는 7회초 3실점에 이어 8회초 추가 실점으로 한 점 차 추격을 받았다. 8회초 마운드에 있던 김민수는 1사 3루에서 류지혁을 상대했고, 3B1S에서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에 커터를 던져 헛스윙을 이끌었다. 풀카운트 상황.
KT 벤치가 갑자기 움직였다. 김민수가 크게 무너지지도 않았고, 볼카운트 또한 풀카운트로 후속 투수가 부담을 크게 느낄 수 있었던 만큼, 교체 시점이 다소 파격적이었다.
KT의 선택은 마무리투수 박영현. 마운드에서 심호흡을 한 박영현은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직구를 던졌고, 결국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후 구자욱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이닝 종료. KT의 전략이 성공으로 돌아간 순간이었다.
8회말 추가점을 내지 못하면서 여전히 살얼음판 리드. 박영현은 1사 후 디아즈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김영웅과 김헌곤을 각각 삼진과 유격수 직선타로 막아세우면서 이날 경기 승리를 지켜냈다. KT는 2연승을 달리며 시즌 전적 9승1무7패가 됐고, 박영현은 시즌 6번째 세이브를 챙겼다. 2위 그룹인 정해영(KIA) 김택연(두산) 김원중(롯데)와 세이브 2개 차 앞선 단독 1위였다.
경기를 마친 뒤 이강철 KT 감독은 "타이트한 상황에서 경기를 매조지은 박영현이 승리의 일등 공신"이라고 박수를 보냈다.
지난해 10승-25세이브를 달성했고,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던 박영현에게도 풀카운트 교체는 긴장 가득한 순간이었다. 박영현은 "풀카운트에 올라가라고 하셨는데, '기싸움'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여기서 지면 안 될 거 같다고 생각했다. 자신있게 (장)성우 형이 사인낸 대로 던졌다. 생각보다는 공이 높게 갔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며 "우리 팀이 크게 이이고 있다가 타이트해진 경기로 분위기가 넘어간 상태였다. 내가 잘 막아야 팀 분위기가 다시 살 거 같았다. 막아야 이긴다는 생각 하나로 던졌다"고 했다.
박영현은 이어 "스트라이크존에 넣는다고 하기보다는 무조건 전력으로 던진다는 생각만 한 거 같다"라며 "이후부터는 이길 수 있었던 거 같다. 9회에는 선두타자를 잡은 게 컸다. 안타도 있었지만, 후속 타자를 잘 대처했다고 생각한다. 타이트한 승부였는데 잘 이겨낸 나에게 칭찬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어느덧 세이브 1위 행진. 박영현은 "작년에 비해서 내가 훨씬 더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 우리 팀이 작년에 비해 우리 팀이 많이 이기는 거 같아서 뿌듯하다"라고 했다.
매년 초반 출발이 좋지 않았던 KT는 이날 승리로 3위를 달리게 됐다. 그 어느 때보다 시작이 좋은 시즌. 박영현은 "작년보다 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 이제 올라갈 일밖에 안 남았으니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라며 "나 또한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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