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레스터시티 리빙레전드' 제이미 바디가 부상으로 쓰러진 주심의 손목을 잡고 휘슬을 불어 경기를 중단시켰다.
이 희한한 사건은 3일 오후 11시 영국 레스터시티 킹파워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5라운드 레스터시티-사우샘프턴전에서 발생했다.
19위 레스터시티와 20위 사우스햄턴은 이미 다음 시즌 챔피언십으로의 강등이 이미 확정된 상황, 두 팀 모두에게 긴박한 경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전반 17분 제이미 바디가 짜릿한 선제골을 터뜨리면서 킹파워스타디움의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어 불과 4분 후 데이비드 웹 심판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경기가 중단됐다. 레스터시티 조던 아이유의 어깨에 부딪친 웹 심판이 안면 부상을 호소하며 그라운드에 쓰러졌고 양 팀 선수들이 주심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이 장면에서 바디의 즉각적인 행동은 골보다 더 뜨거운 화제가 됐다. 바디는 몸을 구부려 쓰러진 웹의 손목을 잡은 후 그의 휘슬을 대신 불어 경기를 중단시켰다. 웹이 치료를 받는 동안 경기는 12분간 중단됐다. 웹은 제4부심 샘 바로트와 교체됐지만 도움 없이 피치를 떠날 만큼 상태가 호전됐다.
팬들은 SNS를 통해 바디의 즉각적인 행동에 "프리미어리그는 그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이게 바로 최고의 바디"라며 극찬했다. 이후 레스터시티는 후반 아이유의 추가골까지 터지면 안방에서 2대0 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 후 BBC는 관련 기사에 '레스터 커리어엔 휘슬을 불 준비가 안된 바디'라는 제목을 달았다. '프리미어리그, FA컵 우승을 이끈 레스터시티의 전설 바디가 잠깐이나마 심판 역할을 했다'면서 '킹파워스타디움에서 데이비드 웹 주심이 부상으로 바닥에 쓰러지자 제이미 바디가 그 자리에 들어섰다. 주심의 휘슬을 불며 경기를 중단시켜 사우스햄턴의 공격을 저지했다'고 썼다.
경기 후 BBC '매치 오브 더데이' 인터뷰에서 바디는 이 장면에 대한 질문에 "사우스햄턴이 왼쪽을 무너뜨리는 것을 보고 심판이 쓰러진 상태에서 휘슬을 불어 경기를 중단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미소 지었다.
올해 38세인 바디는 올여름 계약 만료로 13년 만에 레스터시티를 떠나야 할 운명. 전반 17분 특유의 깔끔한 마무리를 선보인 선제골은 레스터 유니폼을 입고 뛴 498번째 경기에서 터뜨린 199호골이었다. 올 시즌 3경기가 남는 상황, 200호골과 500번째 클럽 경기에 출전하는 위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바디는 레스터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묻자 "레스터는 모든 것이었다"고 답했다. "레스터는 13년 동안 저와 제 가족의 삶이었다. 팬들과 도시 전체가 우리를 받아줬고, 개인적으로도 모든 것을 의미했다"며 애정을 표했다. "지난 13년 동안 팬들과 팀 동료들과의 동지애를 생각하면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바디는 이날 결승골로 200골 고지에 단 한 골만을 남겨뒀다. 홈 9경기 골 가뭄도 해갈했다. 루드 반 니스텔루이 레스터시티감독은 "199번째 골이다. 제이미와 팀에게 매우 중요한 골"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주 레스터시티와의 이별을 선언한 바디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바디는 "나는 축구를 즐기고 있으며, 특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완전히 재충전하기 위해 좋은 휴식이 필요하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될지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아직 몇 경기가 더 남았으니 그 숫자를 더 늘릴 수 있기를 바란다"며 500경기, 200골에 집중할 뜻을 내비쳤다.
올 시즌 바디의 레스터시티는 35경기에서 단 5승에 그쳤고, 지난 20일 2부리그 챔피언십 강등이 확정됐다. 레스터의 수비수 코너 코디는 남은 시즌 3경기는 모두 바디에 관한 것이 될 것이라며 '리빙레전드'에 대한 존경을 전했다. "앞으로 남은 몇 경기는 바디에 관한 경기가 될 것이다. 그는 레스터 최고의 선수이기 때문에 마지막 몇 경기는 그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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