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더 잘해야한다, (기다리기보단)쳐야한다는 마음이 독이 됐다."
롯데 자이언츠의 '간판' 타자, 부동의 국가대표 외야수.
윤동희(23)는 지난 부담감을 환한 미소로 떨쳐냈다.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 시즌 3호포에 이어 적시타, 볼넷 하나까지 추가하며 3번의 출루를 달성했다. 여기에 수비에선 중견수까지 소화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만난 윤동희는 "이성곤 코치님께 감사하다"며 미소지었다. 너무 '쳐야한다'는 생각에 빠져 스윙이 작아졌고, 그러다보니 땅볼이 많아졌다는 것.
윤동희는 스스로를 "스윙 메커니즘상 뜬공을 많이 쳐야한다"면서 '하체 회전을 좀더 크게 하는데 초점을 맞추라'는 이성곤 코치의 지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었다. 코치님을 믿고 따랐다"고 돌아봤다.
평소보다 떠들썩한 세리머니를 펼친데 대해서는 "좀 오버해서라도 분위기를 올리고 싶었다"는 속내도 전했다.
과거 1번타순만 오면 부담감을 숨기지 못했던 그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윤동희는 "전에는 너무 클린업 앞에 출루해야된다는 생각만 강했다. 오늘은 1번타자가 아니라 '첫 타석'이라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휘둘렀더니 결과가 좋았다"고 돌아봤다.
황성빈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 김태형 롯데 감독이 쓸 수 있는 리드오프 카드는 많지 않다. 윤동희는 "이제 1번을 본다고 해서 소극적 스윙을 하거나 의식적으로 공을 많이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갑자기 (황)성빈이형이 빠지면서 오늘 훈련 전에 '오늘 1번타자 중견수'라는 얘길 들었다. 그런데 걱정이 안되더라. 나름 익숙하다면 익숙한 위치니까. 오랜만에 중견수를 서보니, 성빈이형이 고생 많았다는 생각도 했다."
지난해에는 초반 부진에도 2군을 가지 않았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올해는 좀 다른 속내를 갖고 윤동희를 2군에 한차례 다녀오게 했다.
윤동희는 "언제든 2군 한번 가겠다는 생각은 했다. 더 철저하게 준비해서 올라오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막상 가서 생각해보니 기술보다 멘털 문제가 더 큰 것 같았다"면서 "마음을 정리하고, 추억을 되새기면서 초심도 다잡은 좋은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아침에 상동으로 출근하려니 차가 많이 막히더라"라는 속내도 전했다.
"팀을 이끄는 타자라는 건 시즌이 끝났고 나서 결정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잘해야한다 생각하면 독이 된다. 내 앞가림도 못할 수도 있다. 내 스타일의 야구를 하는데 집중하겠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