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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포스테코글루의 큰 그림?' 손흥민 유로파리그 4강 2차전 공식 결장, 이유는 '인조 잔디+추운 날씨' 회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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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이것이 정말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큰 그림'일까.

한국 팬들의 가슴이 답답해지는 소식이 또 나왔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토트넘 홋스퍼의 '캡틴' 손흥민이 또 경기에 나서지 않는다. 9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각) 노르웨이 원정으로 열리는 보되/글림트와의 2024~2025시즌 유로파리그 4강 2차전 결장이 확정됐다. 벌써 7경기 연속 결장이다.

그런데 이번 4강 2차전 결장은 앞서 빠졌던 6경기와는 성격이 약간 다른 듯 하다. 굳이 말하자면, '경기에 나설 수는 있지만, 일부러 빼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말에 실마리가 담겨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보되/글림트와의 4강 2차전을 하루 앞둔 8일, 경기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기서 손흥민이 경기에 나서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손흥민에게는 실망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는 정말 열심히 노력해왔고, 상태도 많이 좋아지고 있다. 주말 경기에는 나설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아직 팀 훈련에는 합류하지 않았다. 계속 나아지는 상황이라 어떻게 될 지 두고 보겠다"고 말했다.

포스테코글루의 말 중에서 "주말 경기에는 나설 수도 있다"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언급한 주말경기는 바로 11일에 열리는 크리스털팰리스와의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6라운드 경기를 의미한다. 9일 유로파리그 4강 2차전과 11일 EPL 36라운드의 시간 차는 불과 이틀이다.

이틀 뒤에 열리는 EPL 경기에 나설 수 있는 몸상태라면 사실 9일 유로파리그 4강 경기에도 뛸 수 있을 확률이 높다. 결국 이 말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이미 손흥민은 발 부상에서 어느 정도 회복돼 실전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을 4강 2차전에는 쓰지 않기로 결정한 듯 하다. 이는 승패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히든카드'를 아끼고 또 아끼려는 작전으로 이해된다.

사실 토트넘은 갈수록 전력 상황이 절망적으로 변하고 있다. 최근 일주일 사이 '젊은 에너지' 루카스 베리발에 이어 '부주장'인 제임스 매디슨까지 시즌 아웃 부상을 입었다. 베리발은 어처구니없게 팀 훈련 도중 부상을 입어 지난 2일 홈구장인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보되/글림트와의 4강 1차전에 나오지 못했다. 목발을 짚은 모습으로 경기장에 나타나 충격을 안겼다.

이어 매디슨은 4강 1차전 때 무릎 부상을 입었다. 당시에는 큰 부상이 아닌 줄 알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상태가 나쁘다는 게 확인됐다. 결국 토트넘 구단은 8일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매디슨이 시즌 아웃됐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손흥민은 엄청난 가치를 지닌 히든카드다. 복귀하면 즉각 전력이 크게 상승할 수 있다. 그러나 부상이 있었기 때문에 함부로 쓸 수 없다. 아끼고 또 아껴 중요한 순간에 꺼내야 효과가 커진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런 판단으로 보되/글림트와의 4강 2차전에서 손흥민을 제외한 듯 하다. 먼 노르웨이 원정길에 대한 부담감, 2차전이 열리는 노르웨이 노를란 보되의 아스프미라 스타디움의 추운 날씨, 무엇보다도 경기장에 깔려 있는 인조잔디의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미 1차전에서 3대1로 크게 이겨놓은 터라 2차전에는 손흥민을 기용하지 않고서도 무난히 결승 진출을 노려볼 만 하다. 일종의 모험이지만,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4강 2차전에서 손흥민을 아끼고, 주말 크리스탈팰리스전을 통해 실전감각을 되찾게 한다면, 결승에서 손흥민이 팀의 구세주로 변신할 수도 있다.

만약 토트넘이 유로파리그 결승에 오르면 경기는 22일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단판 승부다. 손흥민이 회복하고, 경기감각을 되살릴 시간은 충분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